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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부딪친 레이건 경제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레이건」의 경제정책이 본격적인 시련에 부딪치고 있다.
인플레를 잡겠다고 초긴축의 칼을 빼들었지만 금리만 잔뜩 올려놓았고 사회보장기금 축소계획이 드러나자 노조 세력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전국적인 노조조직인 AFL-CIO(미국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의「레인·커클런드」회장은 최근의 공식석상에서 「레이건」행정부에 대해 점면으로 포문을 열었다.
『낡은 사고방식의 복고주의자가 미국역사의 수래바퀴를 거꾸로 몰리려한다』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만약 지금의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전노조제력을 동원해서라도 극력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미국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AFL-CIO인만큼 「레이건」으로서도 여간 뜨끔한 일이 아니다.
노조측의 이같은 반발은 사실 시기가 문제였지 충분히 예상되었던 바였다.
「레이건」의 감세정책을 실현하려면 사회보장기금의 축소가 불가피하고 따라서 정년퇴직자의 경우 월평균연금소득액이 66.2%나 깎여버리기 때문이다.
기업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고, 감가상각의 해택까지 부여하면서 그부담을 가난한 월급장이들에게 떼어넘기려하느냐는 항변이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고금리에 허덕이면서 긴축의 고삐를 늦춰즐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플레 억제를 위해 돈줄을 죄어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금리만 올려놓았지 오를 물가는 아랑곳없이 오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레이건」행정부는 지난 1·4분기중에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높은 성장률(8.4%)을 기록했음을 흐뭇해 했었으나 사실 예상을 넘어서기는 인플레 역시 마찬가지였다.
통화량을 1.1%밖에 늘리지 않은 강력한 긴축을 폈는데도 물가는 7.8%의 상승예상에서 10%로 빗나가 버렸다.
돈줄은 죄었지만 이 바람에 돈의 유통속도가 18%나 빨라져 돈 줄인 효과를 상쇄해버렸고 기업들이 서로 자금을 얻어내느라 금리만 살인적인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풀이가 옳다면 감세정책과 함께「레이건」경제의 한쪽 날개인 긴축정책은 근본적인 한계에 부닺친 셈이다.
현재 하원에 계류중인 감세정책도 점차 반대쪽의 목청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후보당시의 「레이건」이 세금을 줄이겠다는 선거공약을 내놓았을때에는 적극 찬성했던 의원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선량입장에서 국민들의 세금깎아주는 일에 반대하기가 곤란했지만 이젠 세금을 줄이는 결과로 피해를 보는쪽을 등에 업고 반대명분을 찾은것이다.
더구나 감세를 하면서도 국방비는 늘리겠다는「레이건」의 과욕이 하원의원들의 비위를 건드리고 있다.
「레이건」자신도 예산안은 무사히 통과 되었지만 감세와 사회보장기금 축소에 대해서는 상당한 후퇴를 이미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분의 반대의견을 경청하겠읍니다-』라고 한의회연설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의 경제정책도 상당한 궤도수정이 불가피할것으로 보인다.
30%의 감세안도 이미 25%선으로 물러나서 의회 로비를 벌이고있다.<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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