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바마의 친구 부르면서 남북회담 외면 … 통미봉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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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스 미셸

북한이 29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훈련 기간(18~28일) 중단했던 대남 비난 공세를 재개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9일 담화에서 “남조선 정부가 북남 관계 개선과 대화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미국을 끌어들여 벌이는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완전히 걷어치우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평통은 또 “괴뢰패당이 상대방을 반대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면서 그 무슨 대화를 제기하고 전쟁불장난으로 북남 관계를 파국에 몰아넣고도 아무 일 없는 듯이 군사연습이 끝나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처럼 떠드는 것이야말로 철면피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제2차 고위급 접촉을 열어 남북 관계 복원 문제를 논의하자는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우회적인 비난이다. 정부는 북한의 비난 재개시점에 주목했다. UFG 직후 나온 것이라서다. 통상 북한은 연합군사훈련 기간엔 남북 관계를 전면 중단한 채 비난 수위를 높이다 훈련을 마치면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그래서 북한 전문가들은 UFG가 끝난 뒤엔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관계의 훈풍을 예상했다. 하지만 북한은 예년과는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 훈련기간 중엔 별다른 비방을 하지 않다가 거꾸로 UFG 직후 남북 관계를 더 냉각시키려는 조짐이다.

 전날 인천 아시안게임 응원단 파견계획을 철회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아시안게임 조 추첨 행사차 지난 20일 방한해 응원단 불참 통보를 한 뒤 UFG 끝 무렵인 27일 이 사실을 공개했다.

29일 평양에서 한 북한 소년이 프로레슬링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한 미국 이종격투기 선수 밥 샙(오른쪽)과 팔씨름을 하고 있다. [평양 AP=뉴시스]

 미국에 대해선 정반대의 태도다. 북한은 UFG 기간 중 대남 비난은 자제하면서도 국방위와 외무성이 나서 연일 미국에 집중포화를 날렸다. 미국 외교정책의 수장인 존 케리 국무장관을 ‘승냥이’(지난 20일 국방위 정책국 담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UFG 직전인 16~17일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태운 미 공군기를 평양에 받아들였다. 훈련 종료 다음 날인 29일엔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유명 래퍼 프라스 미셸(41)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미국과는 새로운 통로를 모색하려는 듯한 분위기다.

 북한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정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미 연합훈련을 마치면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북한은 항상 예상을 빗나가는 행동을 통해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과는 소통을 시도하며 한국을 고립시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다시 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외교부 당국자는 “긴밀한 한·미 관계를 고려하면 미국의 일방적인 플레이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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