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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초기의 「사경」발견|감색한지에 금자로 써…변상도까지 갖춰|통도사 암자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찰의 암자속에서 8백여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고려초기의 국보급 감지금자사경(감지금자사경) 두루마리가 24일 양산 통도사(주지 조성파스님) 에서 발견, 공개됐다.
변상도(변상도=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것)까지 갖춰진 희귀한 이 사경은 너비 28㎝·길이 8m30㎝의 짙은 감색 한지에 금물(금니)로 쓴 대방광불화엄경(대방광불화엄경) 주본 (주본) 80가운데 46권인 「불부사의 법품」(불부사의법품) 임이 확인됐다.
통도사주지의 말에 따르면 이 사경이 발견된 곳은 사내 암자인 취서암인데 그동안 그 가치를 알지못해 보관만 해오다가 『이 사경이 고려초기때 것이 확실하다면 국보급이 틀림없다』는 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개한 것이다.
사경 두루마리 앞부분에는 세로21㎝·가로 60㎝크기의 변상도가 역시 금물로 그려져 있는대 변상도중앙에는 비로자나불(비로자나불)의 우아한 모습이 8백여년전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 채 있다.
변상도 다음에는「대방광불화엄경권사십륙·우열국 삼장 실차난타봉 제역, 불부은의법품제삼십삼지일)로 시작, 1행에 17자씩 선명하게 사경돼 있다.
글자체는 신라때 쓰던 사경체를 그대로 썼다는 학계의 고증이며 두루마리 두시부분에는 종이가 연결되는 곳마다 「제주사싱육권 제1장」이라고 은물그씨(은니자)로 썼고 두루마리 끝에는 직경 5㎜의 전단목(전단목) 권축(권축)이 있다.
종이의 색깔과 글씨의 보존상태는 갓 써낸 듯 완벽해 현존하는 사경가운데 가장 선명하다.
이 사경두루마리를 고증한 황수영박사(문화재위원장)는 제작연대를 l천2백년전후의 것으로 추정점하면서 ▲완벽한변상도 ▲금자 ▲두루마리본이라는 초기양식을 모두 갖춘 것으로는 처음 나온 것이라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천혜봉교수 (성대서지학)는 변상도의 화법과 사경솜씨 등 품격이 매우 우수 g하다고 평가하고 간기가 없어서 정확한 제작연대를 밝혀낼 수는 없으나 그 기법 등으로 미루어 고려초기(10세기중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양산=안길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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