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천명씩 8년간 꽂씨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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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꽃을 사람하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하지 않아요』
올봄 꽃씨 보내기를 마친「꽃씨 할아버지」김제홍옹(79·서울구노구천우동9의79).
올해는 꽃씨를 원하는 사람이 예년보다 2배나 많아보람도 컸지만 골고루보내지못해안타까왔다고말했다.
김옹이 올해 준비해둔 꽃씨는 접시꽃·「메리골드」·서광·수세미· 키큰 백일흥등 5종에 2천여봉지.
그러나 지난달11일『꽃씨를 보내준다』는 김옹의 기사가 중앙일보에 보도된 뒤 지금까지 5천여명이 편지를 보내왔다.
김옹은 처음 1천여명은 제대로 보냈으나 그 다음 2천여명은 수량을 절반씩 줄여 보냈고 나머지 2천여명은 아예 보내지 못했다.
74년 이「사업」을 시작한이후 매년 방송에 의뢰했던 탓지 2천여명밖에 원하는 사람이 없어 그만큼만 준비했었는데 울해는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고 했다.
김옹의 유일한「생업」은 꽃을 가꾸고 꽃씨를 원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보내는 것.
고향도 평안인데다 슬하에자녀가 한명도 없어 부인 왕광신씨(72)와 노후의 쓸쓸함을 잊기위해「뜻있는 일」을 벌이자고 결의, 8년째 계속하고 있다.
『일부 사랍들은 비싸고 화려한 꽃만을 찾는데 이는 꽃의 참 뜻을 모르는거예요』
김옹이 기르는 꽃은 평범한 1년생 화초들.집앞 60여평의 빈터에 봄이면 씨를뿌리고 여름내 가꾸어 가을에 씨를 거두었다가 다음해1,2월에 씨를 보낸다.
화학비료나 농약은 절대쓰지 않고 퇴비를 주며 벌레는 김옹 부부가 일일이 손으로 잡아냈다.
『인생 말년을 나보다 보람있게 보내는 사람은 없을거요』
김옹은 죽을때까지 이 사업을 제속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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