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민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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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스페인」민병대(Civil Guard)는 지방치안을 담당하는 일종의 특수경찰조직이다. 이들은 반「테러」작전, 고속도로의 교적통제. 소도시의 경찰역할을 맡고 있는가 하면 세관업무까지 수행한다. 업무의 폭은 꽤나 넓다. 현재의 대원은 6만5천명.
한마디로「스페인」민병대는 군이면서 경찰인, 좀 기묘한 조직이다. 민병대는 국방성산하에서 군대식 편성을 하고있지만 지휘는 내무성이 맡고 있다. 또 조직은 현역 장교가 지휘한다.
1844년 조직되었으니까 1백40년이란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역사는 별로 명예로와 보이진 않는다.
1936년부터 4년이 걸렸던「스페인」 내란기간동안에 민병대의 모습은 벌써 상처를 입고있다. 공화정부를 위해 싸웠던 민병대는 결국「프랑코」 40년 독재의 한 방패로 전락하고 말았다.
「프랑코」 총통의 「사병」 역할이 그들의 주임무였다. 삼각형의 검은 모자를 쓴 민병대는 「프랑코」당시 반 정부파 민주인사들에 갖가지 강압과 고문을 가해「프랑코」주의의 「심벌」처럼 됐다.
75년1l월「프랑코」의 사망으로「스페인」이 민주화의 길을 착실히 다지게되면서 민병대의 세력도 크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의사는 지금 국민의 원성이 높았던 민병대의 무장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 중에 있다.
궁지에 몰린 민병대엔 「바스크」분리주의자들이 가장 큰 적이다.
민주화과정에서 각기 독자적인 완전자치권을 얻어내려는 소수민족이「스페인」엔 13개나 있다.
그 중에도「바스크」족급진좌파「게릴라」(ETA)는 늘 문젯거리였다. 「프랑스」와의 국경「피레네」산맥에 자리잡고 있는「바스크」족은 저항정신이 강한 민족으로「프랑코」치하에서 특히 차별정책에 시달렸었다.
그러니까「바스크」족과 「프랑코」의「심벌」인 민병대와는 견원지간이 될밖에 없다.
민병대는 「바스크」분리주의자들이 68년 봉기해 ETA를 조직한 이후 주된 공격목표가 돼왔다.
그동안 1백20명의 민병대원이 피살되었다. 특히 지난 주말 3명의 외국영사를 납치한 ETA 「게릴라」는 보도기관들로 하여금 민병대의 좌상을 보도하도록 요구해 민병대를 격분시킨 것이 이사건의 직접계기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번 의사당난입의 주동자인 「폴리나」 중령은 78년11윌에도 민빙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수아레스」 수상과 각료들을 인질로 하려다 체포된 뒤 「프랑코」 파의 도움으로 풀려난 전과의 인물이다.
최근의「스페인」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3%만이「프랑코」의 망령을 지지할 뿐이었다.
민주주의신봉자「카를로스」국왕이 민병대의 책동을 누를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여기에서 분출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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