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출신 대학합격 부쩍 늘어|서울대=57명·연대 76명·고대 88명 작년보다 3∼4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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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나고 입학성적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입시제도 개혁 후 처음 치른 올 입시에서 서울대·고대·연대 등 주요대학에 입학한 검정고시 출신자들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3∼4배나 늘었다. 더우기 서강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이들이 전체 수석이나 계열수석을 차지하는 등 입학성적도 좋은 편이다.
이 같은 현장은 올해 대학입학 정원이 많이 늘어 난데다 정규 고교출신 학생들은 예시성적 3백점 이상이라도 고교성적이 전체학생의 4%이내에 들지 못해 1등급을 못 받는 예가 있는 반면, 검정고시출신 학생들은 금년의 경우 예시성적 2백60점 이상이면 내신 1등급을 받는 등 현행 대학입시의 내신평가방법이 검정고시 출신자들에게 유리하게 돼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로 지적된다.
이 바람에 고시학원 수강생들이 예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나 새로운 입학전문학원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일부학생들은 학교를 스스로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가려는 움직임마저 모이고 있다.
올해 각 대학의 검정고시출신 합격자수는 서울대가 57명으로 지난해의 57명에 비해 2배나 늘어난 것을 비롯, 연세대는 지난해 19명에서 76명, 고려대는 29명에서 88명, 성균관대는 45명에서 1백35명으로 모두 3∼4배씩이나 늘어났다.
또 서강대의 경우는 검정고시 출신자인 김영길군(20)이 경제과를 지원해 전체수석을 차지했고 인문계열에서도 유승준군(18) 과 양정윤군(23) 이 함께 계열수석합격하기도 했다.
중앙대도 검정고시출신의 김승규군(18)이 의예과를 지원, 전체수석합격을 차지했다.
이밖에 지난해 17명예 불과하던 검정고시합격자가 40명으로 늘어난 경희대에서도 정순기군(19)이 예비고사성적 2백95점을 얻어 법학·행정계열의 수석을 한 것은 물론 출신고별 합격자에서도 검정고시출신이 고교 비 평준화지역인 전주·대전·마산·청주·춘천·진주에 이어 전체 7위로 나타났다.
이처럼 각 대학마다 검정고시출신자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게 된 것은 올해 입학정원이 부쩍 늘어난 탓도 있지만 문교부가 당초 검정고시출신자들의 내신등급을 예시성적을 기준, 3백16점 이상은 1등급, 2백90∼3백15점까지는 2등급으로 하는 등 절대평가제로 하려다 검정고시출신자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를 상대평가제로 바꾸어 전체 예시합격자의 성적순으로 전체의 상위 4%이내(예시2백60점 이상) 는 1등급, 10%이내(2백34∼2백59점)는 2등급으로 판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규 고교출신자와 검정고시출신자간의 내신등급별 예시격차는 크게 벌어져 예시성적이 같더라도 고교출신자가 하위등급을 받는 반면 검정고시출신자는 상위등급을 받는 모순을 낳았다.
더우기 내년에는 내신성적 반영률이 30%(금년 20%선)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여 내신평가 방법을 바꾸지 않는 한 검정고시 합격자들이 더욱 유리하게 됐다.
이렇게되자 서울을 비롯한 전국50여 개의 고시학원에는 수강생들이 몰려 24일 현재 지난해 초보다 2배나 늘어난 1만5천여 명이 등록한 것으로 집계되었고 서울에 있는 6개 학원에만도 5천여명이 수강중이다.
더군다나 이들 학원에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고교진학을 못했거나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중도에 그만둔 학생 뿐 아니라 대학입시에서 내신성적을 좋게 받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 고시학원에 등록하는 경우까지 있다.
현행법상 고교를 중퇴하고 6개월이 지나면 검정고시를 치를 수 있다.
서울 I고교의 경우 신학기에 접어들기 전에 3명의 2학년 학생이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자퇴했고, Y고교에서도 유리한 내신성적등급에 이끌려 7∼8명의 재학생이 중퇴할 것을 원하고있어 학교측은 이 같은 학생들의 진학지도에 골치를 앓고 있다.

<비 평준화지역서 더 심해>
이에 대해 김기해 인창고 교감은『고교재학생들 가운데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중도탈락 하는 현상은 인문·고 보다 기술·실업계 고교에서, 평준화지역보다 비 평준화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운영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영향을 받고있는 것으로 안다. 이번 입시결과로 미루어 문교당국에서 검정고시 출신자들에 대한 내신성적 등급을 재조정하여 고교정상교육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배려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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