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본 프로야구 장훈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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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불굴의 한국인」장훈-. 일본「프로」야구에서 갖은 고난과 수모를 견디면서 『나는 오직「그라운드」에서 승부 한다』는 신념으로 올해로 23년째 방망이를 잡게되는 장훈이 시동을 걸었다.
일본「프로」야구 현역선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롯데·오리온즈」의 장훈이 지난14일「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서 본격적인 타격연습에 들어간 것이다.
오는 6월19일이면 41세가 되는 장훈은 60만 재일 동포에게 한국인의 긍지와 위안을 심어준「의지의 한국인」이다.
노장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올「시즌」을 현역으로서는 마지막 해로 생각하고 야구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그라운드」에 서겠다』는 장훈은 어느 해 보다도 자신감에 넘쳐 방망이에 불을 붙인 것이다.
「프로」선수생활 27년의 「세이부」의 「노무라」, 22년의 「홈런」왕 왕정치(자이언츠)가 80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함으로써 최 고령자가 된 장훈이 올해 과연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가에 큰 관심이 모여지고 있다.
지난해 5월28일 일본 「프로」야구사상 전인미답의 3천 안타 대 기록을 세운 그는 지난해 타율 2할6푼1리, 「홈런」12개, 타점 39로 1백2 「게임」에 출전했다. 그는 이 3천안타의 기록으로 지난해 7월24일 최규하 대통령으로부터 체육훈장 맹호 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또 생애통산 3천 안타 이외에도 지난해 2천 단타·5천 안타·1천5백 득점·5백「홈런」등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3번째 기록을 세웠었다.
불멸의 3천 안타기록을 세우고 난 후 장훈은『기쁘다는 말밖에 없다. 이 기록에 만족하지 않고 도전자의 자세로 계속 분발하겠다』며 『돌아가는 차안에서 한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며 이 영광을 자신의 몸에 돌리겠다』고 했다. 한국인인 장훈에 대해 항상 멸시와 차별을 해왔던 일본「매스컴」도 그에게 『민족차별의 불우와 멸시 속에서 거둔 끈기와 근성의 승리』라고 크게 보도, 「위대한 장훈」으로 평가했다.
『한국인은 돌아가라』 『강제 송환시켜라』는 등 참기 어려운 조롱과 민족차별의 수모를 견디어낸 장훈이기에 그의 이 같은 대 기록이 더욱 값진 것으로 빛나는 것이다.
좌타자인 그는 원래 왼손잡이가 아니었다. 4살이던 어느 겨울 친구들과 둘러앉아 모닥불을 쬐고 있을 때 근처의「트럭」이 갑자기 후진하자 오른손을 불에 짚어 큰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치료비 한푼 받지 못한 채 넓적다리의 살을 떼어서 피부이식수술을 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왼손잡이가 된 것이다. 실로 그의 일본「프로」야구생활은 참을 수 없는 고난의 연속이었고 이 같은 가시밭길을 헤쳐온 장훈이기에「위대한 인간승리」로 돋보이는 것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 7번이나 수위타자가 됐던 장훈은 생애통산타율 3할2푼1리를「마크」하고 있다. 올해 연봉은 지난해보다 7%가 떨어진 3천6백만「엔」(한화 약9천7백만원).
『올해 타율 3할대를 유지하여 선수생활에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41세의 장훈에게 집념의 기대를 건다. <조이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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