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美 보수층 껴안기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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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방미를 앞두고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미 보수층을 겨냥한 현실 위주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盧대통령은 17일 미국 볼티모어의 모건 대학에서 이 대학과 미 국방부가 공동주최한 '한국전에서의 흑인용사들'기념행사 리셉션에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盧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 낸 미국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에 각별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당시 공산주의의 무력침략에 굴복했다면 오늘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정은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또 "5천여명의 흑인용사를 비롯한 5만4천여명 미군 장병들의 장렬한 희생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의 초석이 되었다"며 "피로 맺어진 한.미 동맹관계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유지에 핵심적인 공헌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0년부터 3년 간 한국전 참전 50주년 행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 국방부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공식 메시지를 보낸다고 해 축하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盧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데다 한국 이민의 급증으로 생업을 잠식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소수인종의 반한감정까지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내 흑인 행사에 메시지를 보낸 것은 처음이다.

盧대통령은 미 상원의원 8명(17일), 하원의원 4명(16일)과의 면담 등에서 "한국민들은 한국전쟁 때 미군의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며 "동북아 지역의 미국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라크전 파병 결정을 계기로 미국 내 보수층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의 이 같은 현실주의 행보를 통해 "반미주의자면 어떠냐" "미국과 다른 것은 달라야 한다"는 발언으로 형성된 盧대통령의 기존 이미지를 바꾸려고 하는 것 같다.

한 관계자는 "부시정권 출범 초기인 2001년 3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미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 등이 사전조율을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정상회담은 결국 부시 대통령이 金대통령을 'this man'으로 부르며 평행선을 달리고 말았다.

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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