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적부심」논쟁-"생계곤란"이 석방 사유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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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구속적부심제도 부활 후 처음으로 22일 서울과 대구에서 3명의 피의자가 법원의 석방결정으로 풀려났다.
석방된 사람은 업무상과실치상 2명, 절도1명 등이다.
특히 윤점복씨(38·서울 봉천l동 728)의 경우 구속적부심이 부활되면서 석방사유로 추가된 「중대한 사정변경」에 해당하는「케이스」.
그러나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후의 중대한 사정변경」에 윤씨의 경우가 해당되는 가에 대해 검찰 측은 의견을 달리하고있다.
윤씨는 지난3월 자건거를 타고 가던 행인을 치어 8주의 상처를 입힌 후 피해자와 합의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상·도로교통법위반혐의로 지난12일 검찰에 구속됐었다.
윤씨의 부인 김순자씨(36)가 19일 서울형사지법에 적부심을 청구했던 것.
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항소5부 이영복 판사는 석방결정 서에서 『윤씨가 구속된 후 4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5남매가 연탄불도 없는 방에서 끼니를 잇지 못하고 추위에 떨고있는 중대한 사정변경이 있었다』고 석방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중대한 사정변경」의 해석을 둘러싸고 검찰 측은 견해를 달리한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피의자 구속 후 가족의 생계곤란이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볼 수 있느냐』며 재판부의 결정에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사정변경」이란 구속 후 합의가 이뤄지는 등 사건자체에 대한 사정변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 부장검사도 절도의 경우 대부분이 생계곤란인데 이것을 중대 사정변경으로 본다면 구속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처음부터 이렇게 적용된다면 앞으로 적부심 운용이 걱정스럽다며 이 조문의 해석이 『말썽의 씨앗』으로 남게됐다고 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재판부가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했다면 모르지만 생계곤란을 중대 사정변경으로 본 것은 『묘한 해석』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법원이나 변호사들의 의견은 다르다.
한 부장판사는 담당법관이 면밀하고 충분한 검토를 했을 것이므로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중대한 사정변경」이란 피의자 별로 다르기 때문에 일괄해서 『생계곤란은 안 된다』고 함부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문인귀 변호사(서울 통합변호사회 회장)도 기록을 보지 못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법관의 판단에는 무조건 승복해야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적부심 결정에 대해서는 종전과 달리 피의자나 검찰 측 모두 불복상고를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구속적부심이 부활됐으나 적부심의 석방이유 등 법 운용을 둘러싸고 계속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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