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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5일동안 7.5% 뜀뛰기 "過매수" 잇단 빨간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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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주가가 시장 주변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미군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함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부터 오름세를 타기 시작해 16일까지 모두 7.5% 가량 상승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2.13%).대만(1.50%).영국(1.36%) 증시에 비해 훨씬 크다.

시장에선 이라크전 종전(終戰)과 함께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과 외평채 가산금리의 하락 등으로 국가위험도가 줄면서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미국시장에서 주요 정보기술(IT)업체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소식도 가뭄속 단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상승세는 '이상 과열(오버슈팅)'의 기미를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기업의 실적개선 소식은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S&P500 지수에 포함된 대기업들의 이익증가율 전망치는 전년동기보다 8.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미 애널리스트들은 이라크전의 영향을 고려해 실적을 비관적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추정치보다 실적이 조금만 높게 나와도 과대평가하기 쉽다는 것이다.

인텔의 실적발표 이후 국내외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등했지만, 이 회사의 올 1분기 순익은 9억1천만달러로 월가의 전망치보다 높았지만 전년보다는 2.2% 줄었다.

그동안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됐던 중저가 위주의 순환매도 끝물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연구원은 "건설.증권.통신.카드주로 이어졌던 매수세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16일 외국인투자자들이 인텔의 실적발표에 영향을 받아 전기전자 업종을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아직 정보기술(IT) 경기의 회복을 낙관하기엔 이른 만큼 순환매로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의 과열 양상은 기술적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16일 기준으로 투자심리도가 90을 기록하고, 20일 이격도 역시 109까지 상승해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심리도는 최근 열흘 동안 주가가 오른 날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고, 20일 이격도는 특정일 주가가 최근 20일간의 주가 평균치에 비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심리도가 80을 넘거나, 20일 이격도는 110선에 근접하면 과열로 평가한다.

이와 함께 주가지수 선물과 연계된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9천5백억원(16일 기준)을 넘어선 점도 부담이다.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잔고가 청산되면서 프로그램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이라크전 발발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선물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현물주식을 사들이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나타나 증시상승에 도움을 줬다"며 "그러나 16일엔 선물이 현물보다 저평가됐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최근 상승세는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가 잠잠해지면서 증시자금의 수급여건이 개선된데 힘입은 것"이라며 "앞으로 주가의 추가 상승여부는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얼마나 좋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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