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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가곡남긴 음악계의 원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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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일 작고한 이흥렬씨는 『바위고개』 『어머니마음』 『꽃구름 속에』 등 한국인에게 널리 애창되고있는 주옥같은 우리 가곡을 작곡해온 원로 작곡가다.
기독교인이면서도 두주부사의 「자유인」으로 항상 술자리에서는 타고난 쾌활한 성격과 「유머」로 주위사람을 즐겁게 했다고 작곡가 김수헌씨는 고인을 회상한다. 또 술이 거나해지면 곡도 가사도 없는 빠른 「멜로디」의 괴상한(?)노래를 불러 좌중을 웃겼다고 한다.
1909년 원산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이씨는 「미션」계통의 원산보광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에 건너가 동양음악학교(동경음대의 전신)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연전에 작고한 김영환씨에 이어 두번째로 「피아노」를 공부한 「케이스」. 일본유학당시 가친은 음악공부를 반대했으나 교회집사였던 어머님의 두호와 살뜰한 뒷바라지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한다. 후에 그는 어머님의 한없는 사랑에 보답하는 뜻으로 양주동 작사 『어머니 마음』에 곡을 붙였다고 한다.
『바위고개』는 일제하에서 겪는 한국인의 슬픔과 한을 담아 직접 작사·작곡한 작품. 표현방법이 풍부하고 자유로우면서 빠른 「멜로디」의 작품을 즐겨 작곡한 이씨의 작품으로는 단 하나의 느린 곡조의 노래다.
모교인 원산 광명 보통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풍문여고·이대·고대를 거쳐 서라벌예대 음악과장을 지낸 이씨는 74년 숙대 음대학장을 끝으로 교직에서 은퇴했다. 현 한국음협고문· 한국작곡가협회 명예회장·예술원 회원.
유족으로는 교회장로로 지난 5,6년간 고혈압과 백내장으로 고생하는 남편의 알뜰한 병간호를 해온 임호선여사(71)와 장성한 4남3여. 그 중 5남매가 음악을 전공했는데 장남 영욱씨 (45)는 경동고교 음악교사, 2남 영조씨(37)는 연세대음대전임강사, 3남 영수씨(30)는 예원중학교사로 음악계에서 활약하고있다.
이씨는 음악계에 헌신한 공로로 서울시 문화상·예술원상·대한민국방송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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