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경제효과 작다면서 … 방통위, 지상파 손들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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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최근 강조해온 초고화질(UHD) 방송의 경제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본지가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700㎒ 주파수 활용방안 연구반’ 중간 보고서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방통위(위원장 최성준)가 4일 UHD 방송 허용 방침을 밝힌 가운데 나온 보고서라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가 내부 보고서를 무시하고 지상파 특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8월 5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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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 대역은 황금주파수로 불린다. 방송과 통신 등에서 주파수 할당을 각각 요구해 왔다. 지난해 10월부터 학계와 연구기관 전문가 18명이 참여해온 ‘700㎒ 주파수 활용방안 연구반’은 이번 보고서에서 “지상파 UHD 방송이 당장 시작된다고 해도 국민이 얻을 수 있는 편익은 크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황금주파수가 4G 등 차세대 통신용으로 쓰일 경우 경제효과는 약 27조원으로, 지상파 UHD(3조원)로 쓰였을 때보다 9배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UHD방송은 고화질(HD) 방송보다 네 배 이상 선명한 해상도를 지원하는 방송기술이다. 60인치 이상 대화면에서 생생한 현장감을 즐길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가 주장해온 UHD방송의 국민 시청권의 확대, 한류 관광 수익 증대, 산업효과 등도 과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후생, 산업 파급효과, 정부 재정수입 3개 항목 모두에서 방송의 산업적 가치가 통신보다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UHD 방송이 허용되면 현재 7% 정도인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30%까지 증가, 전체 시청자들이 9657억원(유료방송 해지 반대급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지상파의 입장은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상파 측은 UHD 방송이 개시되면 통신사 대비 3000배의 데이터를 제공해 통신비를 절감한다고도 주장했으나, 연구반은 모바일 시청을 지상파 UHD가 바로 대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UHD 프로그램이 보급되면 한류확산 등 문화관광 수익이 연 10조원 이상 창출될 것이라는 지상파의 주장 역시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드라마 ‘대장금’과 ‘별에서 온 그대’가 한류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데 영화·음식·음악 등 한류의 동력은 방송 말고도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연구반의 한 관계자는 “콘텐트의 내용이 중요하지, 드라마 화질과 한류 사이에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느냐. 관광 증대 효과는 크게 잡아도 1조원 이하”라고 말했다.

 현재 미래부는 지상파 UHD 허용에 대해 방통위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이를 공식 추진하면 많은 시청자들이 고가의 UHD TV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지상파 UHD를 정부가 공식 추진하면서 주파수를 무료로 배분한 사례는 없다”고 했다. 미국의 경우 내년 말께 지상파 UHD 기술 표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유럽은 상당수 국가가 HD 전환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다.

 미래부는 이번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이달 중 공청회를 개최한다. 각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9월 말께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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