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자신중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전대통령의 취임사중에 「사자신중충」얘기는 인상적이다. 백수의왕인 사자는 다른 맹수의 공격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병균이나 기생충에 의해 죽는다는 것이다.
안 나라의 화근은 외부에 있기보다는 내부에 있다는 소박한 비유다.
세계의 오랜 역사를 보아도 이 비유는 다분히 시사적이다. 영국사학자「A· J·토인비」는 20개의 문명사회가 멸망한 원인을 분석한 일이 있었다. 이 가운데 15개의 경우가 외침보다는 권력의 부패에 의해 붕괴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로마」제국, 집제국, 「미노스」문명, 「수메르」, 몽고, 「마야』, 덕천가강 등이 그런 해체과정을 밟았다.
가까이는 월남과 「크메르」의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들 두 나라는 적전부패에 의해 무너지고 결국은 공산정면을 불러 들였다. 외환 중에 몸 속에서 내충이 일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자신중충」은 원래 불전에 나오는 고사다. 『인왕경』·『범강우』· 『연화면경』등에 바로 이 얘기가 소개되고 있다.
『여사자신중충·자식사자육』 (인왕홍). 글자 그대로 사자의 몸 속에 사는 벌레와 같이 사자 스스로 자신의 몸을 해친다는 뜻이다. 불전에선 불문에 들어온 승려가운데 불법을 해치는 무리들이 있다는 잔구로 「사자신중충」의 비유를 뱄었다. 이 불경은「사자 몸 속의 벌레」와 같은 무리를『외도천마』라고도 했다. 정도를 벗어난 악마라는 표현과 같다.
『인왕경』은 『법화경』 『금광명경』과 함께 호국삼경으로 친다. 이 경전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수양하면 그 나라가 선신의 가호를 받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바로 호국경전의 한 구절이 인용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 땅의 뜻이 하늘에 닿을 수 있을 때 화평도 비로소 이루어질 것이다.
불전은 수행에 의해 저법개공의 진여를 보살은 터득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진실의 지혜로 미첩의 차안에서 깨달음의 피안에 건너게되며, 이 때에 사람은 드디어 지혜의 빛에 의해 열반의 묘경에 이른다고 한다.
범인의 경지로는 쉽게 이해할 수조차 없는 일이지만, 일상 중에 언제나 수행하는 생활자세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 같다. 자신의 생활신조가 확고하고, 그 자세가 의연·검박할 때 그는 세상 풍정에서도 초연할 수 있고 남에게 신뢰감도 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건실하고 안정되기 마련이다. 자신의 몸속에서 벌레를 없애는 일이야말로 도덕사회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