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안나오는 학교에 부임해 참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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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충남 예산 보성초등학교로 발령이 난 서정제(徐正濟.58.사진)교장은 16일 오전 9일째 등교 거부 사태를 겪고 있는 이 학교에 첫 출근했다.

徐교장은 부임 직후 1~3학년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학교 앞 목리교회를 찾았다. 학생들은 예배당과 휴게실 등에서 학년별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그는 이어 고학년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수촌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다. 학교에서 2㎞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교장이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부임 인사를 한 셈이다.

학생들을 만나본 뒤 徐교장은 "학생들이 한 명도 등교하지 않는 학교에 부임하는 심정은 너무 무겁고 참담하다"고 했다.

그는 홍승만(57)교감으로부터 이날 오전에 열릴 예정이던 학부모와 전교조 소속 교사들과의 대화가 무산됐다는 보고도 받았다.

徐교장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일일이 따지는 것은 일반 사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교사.학부모.전교조 모두가 한발씩 양보해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학생들의 등교를 막고 있는 학부모는 물론이고 이들을 고발한 전교조 충남지부도 직접 방문해 대화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徐교장은 "당사자들의 마음 고생이 적지 않다는 사실 등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 넘게 수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연 무슨 죄가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예산=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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