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자녀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만큼 이 세상에서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없다.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인습이나 전통, 사회제도가 빚어놓은 가치관 등에 의해서 그 모양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어도 다음세대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한결같이 지닌 간절한 바람 일 것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떳떳하고 강한 자녀를 가지고 싶은 것은 어느 부모 건 마찬가지다. 자녀가 자신보다 잘 났다는 칭찬을 들을 때 어버이는 무엇보다 큰 기쁨을 느끼고, 못나서 축에 못 끼는 자녀일수록 더욱 측은하게 생각하여 그 어떤 희생이라도 달게받으며 온갖 힘을 다하게 되는 것이 바로 부모들의 마음인 것이다.
교육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며, 교육의 궁극적 수혜자는 다름 아닌 국가라는 인식이 높아 가는 현대사회에 있어서도 자녀교육을 한 단위 가정의 대를 잇는 혈통의 계승자라는 전통적 시각에서 보고 그 장래에 머리를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성장한 후의 세태의 전개, 그들 세대가 지닌 특수한 고민 등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거나 부지중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즘과 같이 사회문화가 급격한 현실에서 부모와 자녀간, 또는 세대간의 대화를 통한 이해의 필요성은 한 결 절실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런 뜻에서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우리나라 아동과 그 아동의 어머니 각 1천5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자의식조사는 주목할만한 몇 가지 시사를 해 주고있다고 한국에서는 어린이나 어머니가 다함께 어느 나라보다도 맹렬한 상급 학교 진학열을 갖고 있고, 또 변호사·대학교수·고급 공무원 등 고도의 교육과 전통적 훈련을 요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원하고 있는 반면 「시민정신」「공정성」「관용성」「창의성」등에 대해서는 매우 소홀하다는 것이 이 조사결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같은 인원을 대상으로 일본· 태국· 미· 영· 불 등 5개국에서 동시에 실시된 것으로 각국아동의 생활태도와 의식, 그리고 그 아동을 키우는 어머니의 양육태도 등을 비교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입안을 위해서도 큰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높은 향학열·교육열은 굳이 이번 「갤럽」조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바다.
의무교육 기간이 끝난 후 상급학교에 진학하겠다는 희망은 97.9%로 일본의 93.9%를 앞지르고 있으며, 대학·대학원까지 진학하겠다는 응답자가 82.8%로 조사대상 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는 미국63.11%, 태국56%,일본42.5%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장래 희망직업이 고급공무원·의사·변호사 등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편중되는 경향과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일이다.
대학·대학원까지의 진학희망이 82.8%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표면만을 보면 우리의 높은 교육열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면에 깔려있는 경향은 본래적 의미에서 학간에 대한 선호라기보다는 입신출세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진학이란 부끄러운 세태의 반영임을 부인할 수 없다.
권력 지향적이고 관전 민비 적인 오랜 폐습이 깊이 뿌리를 내린 역사적 풍토·사회적 구조 속에서 시민의식의 주축이 되는 공정성·관용성이 소홀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안락하게 살고싶은 것은 대체로 모든 사람의 공통되는 원망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출세의 간판으로 전락하고. 기성세대가 이 같은 가치관을 자녀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참다운 교육인지에 대해서 다같이 생각해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세계에서도 가장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고민·걱정거리도 가장 많다는 사실에서 어른들은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어야할 것이다.
특히 고민의 내용에 대해 한국 아동의 60%가「공부·학교성적」이라고 응답했고, 미·영 등이 16.99%, 13.1%에 불과했다는데서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공부 때문에 느끼는 강박관념이 어느 경도인가를· 다시금 헤아려야겠다.
20년 후, 30년 후 오늘의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될 세대가 지금과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래 전 구미선진국에 뿌리내린 시민사화의식이 그때쯤이면 우리나라에도 뿌리를 내릴 것이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을지언정 그러한 방향으로의 국가발전이 이룩된다고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
사회정의에 대한 뚜렷한 방향감각과 시민적인 행동양식 터득하고 보다 다원화한 계층간의 의사가 합리적으로·표시되며, 어떤 직업을 갖건 나름대로의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는 것은 필지의 추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자녀들에 대한 교육, 특히 가정교육이 어떤 원칙에서 설정되어야 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이를 위해 지금부터 대비를 하는 것이 당장 우리 사회의 절실한 과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사회적 불의도 용서치 않는 시민의식을 비롯해서 제도·교육 등 전반에 걸쳐 전근대성을 탈피하고 확고한 자아와 공정·관용·창의에 바탕을 둔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사회에서도,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노력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