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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8)<제68화 개헌사사 의원내각제개헌>이박사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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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국회가 이재학 의원등 6명의 자유당 고위간부에 대한 구속등의 문제로 일대 홍역을 치른 직후 이번에는 그동안 이화장에 거처하고 있던 이승만 전대통령 내외가 극비리에 「하와이」로 망명한 사건이 터져 정계에 큰 파문을 던졌다.
「4·19」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하야한 이박사와 부인 「프란체스카」여사가 5월29일 새벽 특별전세기 편으로「하와이」로 망명한 것이었다.
이박사 내외는 새벽6시30분 이화장을 극비리에 나와 김포공항에서 허정 과도정부수반과 이옹영 외무차관의 전송을 받으며 고국을 떠났다.
이박사의 출국은 허수반의 적극적인 알선에 의해 외교관 여권을 발급 받았고 특별전세기도 정부가 마련했으며 체미경비의 환불조치 등을 과도정부가 모두 맡아서 처리했다.
미국입국 「비자」는 1년 기한으로 허수반이 「매카나기」주한미국대사에게 요청하여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박사의 출국후 공보실을 통해 『이승만 박사부처가 29일 상오8시30분 김포공항을 통해 휴양차 「하와이」로 떠났다』고만 발표했다.
이박사의 출국소식이 전해지자 정계는 무난한 뒷수습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과도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라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려 의견이 분분했다.
장면 박사는 『실정에 대한 인책과 사죄를 취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출국의 경위와 진상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장박사는 개인적으론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경규 자유당원내총무는 애국자의 출국에 섭섭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그의 집권중의 잘못은 보필자의 과오이며 언젠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대중당의 윤길중씨는 그의 과거행적에 대한 책임이 추궁되어야 하며 그를 망명케 한 배후를 처단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재야의 전진한씨는 개인적으로 동정하며 이박사가 저지른 이와 같은 나쁜 정치가 없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박사 출국 다음날인 30일 본회의에 허수반을 출석시켜 이 문제를 신랄하게 추궁했다.
자유당의원에 대한 구속동의와 외교정책에 대한 과도정부의 성격을 벗어난 과잉활동으로 비판이 일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첫 질의에 나선 양일동의원(민주)은 이박사의 출국이 자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시국을 수습하고 부정선거경위를 밝히는데 장애가 되어 종용한 것인지를 묻고 상세한 출국경위를 밝히도록 요구했다. 이에 대해 허수반은 며칠전 「프란체스카」여사가 이박사의 건강이 좋지 않아 휴양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해와 외무장관으로 그의 여행을 막을 이유가 없고 정치적으로도 이박사가 지금 서울을 떠나는 것이 유언비어를 막고 시국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판단을 내려 허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천(충무) 유홍(영등포을) 주병환(성주) 박병배(대덕)의원 등이 나서 비슷한 내용의 질의를 했고 허수반은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답변했다.
허수반이 모든 것을 나 혼자했고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자 김재곤의원(인천갑)이 책임을 지고 물러가겠다는 것은 다분히 공갈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고 늘어졌다.
허수반은 이에 대해 나에 대해 쓸데없는 억측과 중상모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정치에 단념한지 이미 오래이며 최선을 다해 공백기간을 무사히 넘긴다는 일념뿐이라고 말하고 국회에서 정해주는 대로 내각책임제개헌을 하루속히 실현하고 거기에 의거해서 물러날 생각밖에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허수반은 『나도 정치에 대해 일가견은 있지만 내가 처한 위치가 정치에 대해 발언하면 오해를 사겠고 또 시국을 수습하는데 도움이 안될 것 같아 침묵을 지키고있다』고 말하고 『내가 만약 앞으로 정치에 대해서 무슨 야심이 있다고 한다면 이 자리를 집어치우고 나가서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든지 무엇을 하겠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허수반의 솔직한 발언이 끝나자 이제까지 과도정부의 처사에 대해 의혹을 품었던 일부위원들이 안심하는 눈치였고 계박사의 망명문제를 더 이상 정치문제화하지 않기로 우리 민주당도 당론을 정해 조용하게 끝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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