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상벨 울리자 은행에 "확인"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광주은행농성동지점 2인조 강도사건은 허술한 은행의 경비시설·경찰초동수사의 허점등 강도사건이 발생할때마다 지적돼온 문제점들이 또한번 그대로 드러났다.

<문제점>
범인들이 은행에 들어가 공포를 쏘는 순간 은행직원이 1백30m 떨어진 파출소와 연결된 비상 「벨」울 눌렀으나 경찰은 7분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은행대리 박상용씨(30)는 바닥에 엎드리면서 자기 책장밑에 설치된 비상「벨」을 눌렀다.
이와 동시에 1백30여m 떨어진 광주서부경찰서 농성파출소에는 「벨」소리가 요란히 울리면서 빨간 불이 켜졌다.
그러나 이때 파출소안에 있던 김귀남경장등 3명은 즉각 출동치 않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은행에 전화를 걸었다.
이에 소비한 시간은 3∼4분. 범인들이 거의 범행을 끝낼 시간이었다.
또 경찰은 잠긴 무기고에서 총과 실탄을 꺼내느라 2∼3분을 지체했다.
이 때문에 범인을 모두 현장에서 검거할수 있었던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경찰은 『이따금 「벨」이 고장을 일으켜 저절로 울리는 경우가 많아 「확인」이 불가피했다』고 말했으나 확인과정이 결과적으로 범인에게 달아난 시간여유를 준셈이다.
은행측도 문제는 많다.
평소 은행측이「벨」의 고장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여 「벨」이 울린 즉시 경찰이 출동할수있는 대비태세가 갖추어졌더라면 수많은 경찰이 밤샘을 하는 수고를 덜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막연히 비상「벨」에만 의존한채 청원경찰은 물론 경비원조차 1명도 배치하지 않은 것도 범죄예방면에서 볼때 은행측의 큰 실책이었다.
하루에 수천만원의 현금을 다루는 금융기관이면서 자체경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않았다.
더구나 광주지방에서는 지난해 11월8일 임동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을 비롯, 중흥동새마을금고강도사건·대인여객 및 광성여객 사무실강도사건등 금융기관과 거액의 현금을 다루는 곳에서 잇달아 강도사건이 발생, 경찰이나 관계자들이 긴장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후속 사건이 어디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나 이 은행은 이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만 해왔을뿐 자체 방범태세를 갖추지 앉고있었다.

<목격경위>
출납실임선자양(22) 은 마감시간이 15분 밖에 남지않아 고객2명에게 지불할 돈을 세고 있다가 범인들을 목겼했다. 임양은 갑자기 어떤남자의 고함소리에 고개를 쳐들자 접수창구 오른쪽에 자리잡은 높이1m30㎝쯤의 저축담당창구에 강도1명이 뛰어올라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움직이면 죽인다. 모두 책장밑으로 엎드리라』고 소리친 뒤 은행사무실 가운데 천장을 향해 공포1발을 쏘았다. 이때 은행출입문쪽에도 흰 털모자를 쓴 범인1명이 버티고 있었다. 놀란 은행직원들과 고객들은 범인의 지시대로 그 자리에 엎드린채 벌벌 떨고 있었다.
총을 든 범인은 이어 은행사무실로 뛰어내려 접수창구 맨 오른쪽에 있는 임양쪽으로 와 임양의 책상서랍속을 뒤져 1만원권·5천원권등 헌돈뭉치 5백46만6천원을 꺼내 임양의 책상위에 쏟았다.
이 범인은 입구에 있는 공범에게 돈자루(길이80㎝가량의 흰색)를 가져오게 하고 이 자루에 돈을 쓸어 넣어 다시 저축담당창구를 뛰어넘어 「홀」쪽으로 나가 공범과 함께 은행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나갔다.
은행에서 20m쯤 떨어진 복래다방 종업원 오금숙양(26) 은 잔돈을 바꾸러 은행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현장을 목격했다. 오양은 은행직원은 아무도 안보이고 보이는 사람은 모두 엎드려있어 놀라는 사이 문옆에 서 있던 흰털 모자를 쓴 청년이 길이20㎝가량의 과도를 들이대고 『소리치면 죽인다』며 목덜미를 끌고 창구앞 「시멘트」바닥에 엎드리게 했다고 말했다.
또 은행 바로옆 금호철강상사총무부장 허균씨(39)는 은행원 서정준씨(32)가 비상구로 뛰어나와 철강장사 사무실로 뛰어들어오며 『강도다』하는 소리를 듣고 재빨리 뛰어나와 범인들을 추격했다. 범인들은 옆 골목안에 전남1가2961호 「포니」승용차를 타려했다. 허씨가 돈자루를 든 범인을 보고 돌을 던지며 10m쯤 쫓아가자 범인은 차를 타지 못하고 10m쯤 더 뛰어가 8m도로 4거리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뛰었다.
허씨는 뒤처져 가던 또1명의 범인은 미처 보지 못해 나란히 뛰다가 그대로 지나쳤고 그사이 뒤의 범인은 차를 타고 두사람을 뒤따랐다.
이「포니」는 골목 20여m앞 김복수씨집앞에서 앞서가던 범인을 태우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허씨가 범인의 오른쪽 바지주머니에 권총이 꽂혀있는것을 보고 멈칫하는 사이 범인은 차를 탄것이다.
주요 은행 강도사건
▲53년11월29일 조흥은 여주지점에서 55만3천환 피탈.
▲57년1월4일 하오2시쯤 조흥은 종로지점에서 S예대생 권중만이 권총들고 침입, 3백만환 요구하며 지점장 김원배씨 사살후 검거됨.
▲65년12월30일 상오4시20분쯤 한은광주지점에 은행청소부 심재경등 4명침입, 현금 3천3백만원·미화3만달러 강탈했다가 33시간만에 체포
▲66년12월21일 하오 4시30분쯤 상은영등포지점 예금취급소에 「카빈」과 단도를 든 3인조 강도치입, 문학기순경을 사살하고 현금 1백20만원 강탈도주.
▲75년1윌27일 하오6시쯤 부산은행 취급소에 정덕찬(20), 오모(19)군등 2인조 강도가 권총을 들고 침입, 현금 1백13만원을 강탈도주했다가 1개월만에 검거.
▲75년3월17일 상오9시10분쯤 경북의역농협 안계지소에 최창식(27)·종식(23)형제가 수류탄·대검·「카빈」등을 들고 침입, 경찰과 총격전 끝에 검거됨.
▲76년8월25일 하오3시15분쯤 제일은 남대문지점에 권총과 칼을든 20대 3인조강도가 침입. 공포 1발을 쏘고 현금 1백31만5백원을 강탈, 도주했다가 78일만에 문산서 검거됨.
▲77년7월1일 낮12시15분쯤 한일은종노지점에 이구성(30)이 권총을 들고 침입, 공포2발을 쏘고 현금 7백90만원을 털어 달아나려다 지점장운전사 최용훈씨(38)에게 잡힘.
▲79년8월24일 상오 10시15분쯤 제일은 청량리지점에 이광종군(21)이 과도를 들고 침입, 돈을 요구하다 격투끝에 잡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