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가만히 잇는 수, '후수의 선수' 라는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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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탕웨이싱 3단 ●·이세돌 9단

제15보(104~112)=하변 백의 행마는 조심조심 살얼음 밟는 듯하다. 우변 백의 사활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변 110 가만히 잇는 수가 법수(法手). 소위 ‘후수(後手)의 선수(先手)’라고 하는 수법이다.

 ‘참고도1’을 보자. 1 젖힘이 일감이지만 4 붙이는 수를 유발 시킨다 이후 백a, 흑b로 하변 백의 연결이 끊긴다. 백이 두터워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수를 남기면 우환이다.

 ‘참고도2’ 1(실전 110) 한 걸음 물러서는 수가 맥점이다. 다음 3이 또 익혀두어야 할 모양. a가 더 이득이긴 한데 그래도 모양 좋은 3이 권장된다. 백a는 뒷날 흑이 3에 붙이는 수가 뒷맛으로 남는다. 당장 수가 되는 건 아니지만 주변이 변하면 알 수 없다.

 맑은 얼굴이 성격도 좋은 편이다. ‘참고도2’ 3과 같은 수를 아무런 고민 없이 두는 사람이라면 그는 고수(高手)임에 틀림없다. 두터운 수는 승부를 길게 보는 잇점이 있다. 두텁게 두면 상대는 엷어지는데, 엷어지면 지치기 쉽다.

 실전 111로 눌러오니 백도 급하다. 하변과의 연결이 다 끊겼으니 중앙에 112 손을 대야 한다. 물론 흑A에는 백D까지 연결하는 맥이 있다.

 흑도 하변을 꾹꾹 막아두니 중앙에서 발언권이 세졌다. 이제 하변에서도 백집을 줄일 수 있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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