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나라사랑의 한평생|『조선 민족 갱생의 길』등 써 일제의 탄압 벗어날길 밝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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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일은 외솔 최현배 선생님의 10주기일 이다.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는 그 분의 높은 뜻을 새삼스레 더욱 기리게 된다.
우리가 나라를 잃고 말과 글을 빼앗겼을 때 선생님은 우리의 말글을 수호하며 또한 이를 갈닦기에 혼신 전력하였다. 오로지 이 길만을 위해서 스스로의 온 생애를 바치신 님의 그 옹근 신념은 우리들에게 간절하고도 절실한 교훈을 남겨 주었다.
굽힐 줄 모르는 꿋꿋한 의지로 일관했던 님의 높으신 얼을 되새기며, 님이 암흑한 세월에 우리 겨레의 정신적인 지주였음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늘 생각에 골몰하시던 주름진 선생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삶을 달관한, 그리고 그 주름 하나 하나에서 님의 가시밭 역사를 익히 엿볼 수 있다. 선구자란 늘 형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고, 또한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사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면 선생님도 또한 이 두 겹의 기쁨과 슬픔을 가로 세로 엮어 삶을 짜셨다는 것을 10년이 지난 오늘 더욱 절감하게 된다.
민족 문화란 겨레 대중의 깨우침이 없이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제의 탄압 아래에서도 조국 광복을 굳게 믿고 감방에서의 고문의 고통도 잊고 말글 연구를 위해 전념하셨던 고매한 정신을 우리는 길이 잊어서는 안되겠다.
이와 같은 선생님의 애국심은 『조선 민족 갱생의 도』에 잘 집약되어 있다. 이 저서를 통해 넘은 일본 제국주의의 쇠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겨레의 각성을 촉구하였으며, 또한 식민지 탄압 아래에서의 민족적 불행을 배제하기 위해서 나라사랑의 길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겨레의 인식과 행동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오게도 했다.
강압과 약탈로 얼룩진 잔인한 일제 치하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민족적인 자의식을 독립의 한 기틀로서 구조화한 『조선 민족 갱생의 도』는 다시 나라사랑의 정신과 그 실천적인 방안을 지시하는『나라사랑의 길』로 이어지는데, 이들 저서는 우리 겨레의 나아갈 길을 밝힌 등불이었다.
한편 선생님은 우리 문화의 참스런 창조와 건설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먼저 그 근간이 되는 나라말을 갈고닦는 작업에 열중하여 국어문법 학의 금자탑인『우리말본』을 내놓아 「입말」과「글말」을 분풀이함으로써 그 과학적 체계를 확립하였고 또한 한글을 연구하는 학문을 세운 『한글갈』을 내놓아 국어학사의 기틀을 이룩해 내셨다.
그밖에도 외솔 선생은『한글의 투쟁』,『우리말 존중의 근본 뜻』등의 많은 저서를 내어 한글 전용과 국어순화 운동에도 크게 공헌하셨다.
선생님의 그 어질고 높은 뜻을 받드는 많은 외솔회 회원들이 해마다 늘어 님의 뜻을 계승하려는 열의로 가득하오니 마음놓으시고 고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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