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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보은 내북면 산성리 부녀회원들|조화만들어 외화를 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계절을 잊은 갖가지 꽃송이가 신의 조화처럼 피어난다.
우산화·삼지화·해바라기·「클로버」…앙징스런 고양이·나비도 나래를 편다.

<한송이 공임 80전>
충북보은읍에서 청주쪽으로 4km, 보은군내북면 산성일구 마을 1백98가구 7백70여 주민이 가구당 3·1정보의 논밭을 가꿔 한때는 면내 최고 부자마을로 꼽혀왔으나 몸에 밴 타성으로 생활은 늘 그 모양. 이 낙후된 마을에 협동과 근면의 조화만들기 사업이 시작된것은 지난해 12윌부터다.
부녀회장 김연기씨(50)는 『마을에 새바람이 불어야한다』 며 청주 금강공예사의 협조를 받아 조화사업을 끌어들였다. 한송이에 최저 80전에서 50원까지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구 11평짜리 새마을회관과 방3칸을 빌어 사업을 시작했다.
얇은 종이를 10여겹 이상 기술적으로 풀칠을 하고 형형색색의 물감을 칠하며 다시 손잡이에 풀로 붙이는 번거로운 작업에 공임은 80전. 주민들은 『벌면 얼마나 벌고 생활에 보탬이 된다면 얼마나 되겠느냐』머 코웃음을 쳤다.
처음엔 부녀회원 72명중 25명만이 참여했다.
김회장은 하루1천2백송이는 접을 수 있고 1천원 벌이가돼 종일 찬바람을 쐐야하는 취로사업보다 낫고, 무엇보다 l원도 안되는 수수료이지만 그 1원이 낭비를 줄이고 게으름을 이기며 협동심을 키워 1백원이상의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발이 부르트도록 마을을 돌며 설득했다.
한달만에 마침내 부녀회공동사업으로 채택됐고 모든 주민이 꽃접기에 나섰다.
이 꽃은 외국에 수출돼 찾잔 덮개,「테이블」장식용, 제과점「케이크·액세서리」등으로 쓰인다.「이탈리아」 일본 미국 「홍콩」 등지에서 주문이 줄 잇고 있다. 값은 고양이가 35원, 「파인애플」8백원, 우산꽃 6원, 해바라기는8원.
수출상사인 금강산업은 월 2만 「달러」 이상 연간 3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집나간 처녀도 돌아와>
아직 왼전한 기술습득이 안돼 지난 2월엔 30여만개, 이달엔 50여만개를 만들어 2백여만원의 소득에 그쳤으나 외국의 주문이 무한정으로 몰려 만들면 만드는대로 팔린다.
꽃을 만들게 되면서 마을엔 몇 가지 재미나는 현상이 생겨났다. 돈벌이를 위해 외지로 떠났던 이진남양(22) 등 4명이 구정에 집에 왔다가 눌러앉았으며 아직 외지에 있는 5명의 처녀도 소식을 듣고 곧 돌아오기로 됐다.
부녀회원 모두가 1인1통장을 만들어 저축을 하고있으며 부녀회 자산도 60여만원이 늘어나 1백60만원이 됐다. 무엇보다 농한기만되면 도박과 술로 할 일 없이 한 겨울을 보내던 동네 남정네들이 『여자들에게 질수없다』 며 마을길 정비·가마니짜기에 나서는등 새바람이 일고있다.
박순례양(21)은『돈도 돈이지만 예쁜 꽃을 만들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밝고 예뻐지는것 같다』며 꽃처럼 화사한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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