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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전화로 풍요 속에 빈곤‥ 산유국「이집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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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집트」는 OPEC에 가입이 안됐을 뿐 어엿한 산유국이다.
76년부터 내수를 충당, 흑자를 내기 시작한 석유는 현재 1일 53만「배럴」을 생산, 연10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게 됐다.
내년이면 l일 1백만「배럴」 의 석유생산은 무난할 것 같다.
조상이 물려준 거대한「피라미드」76개를 비롯, 각종 문화재가 매년 우리나라의 두 배나 되는 연2백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가득율 높은 관광수입이 약7억「달러」나 된다.「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외국배에서 받는 돈이 6억「달러」정도다.
세계에서 질이 좋기로 이름난 솜 수출에서도 작년엔 3억5천만「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였는데 수출이 좋았던 재작년엔 7억「달러」나 벌기도 했다.
2백20만명의 해외진출 인력(주로 「사우디아라비아」등 돈 많은 「아랍」산유국)이 보내주는 송금 액도 연20억「달러」나 된다.

<도약 기약된 지리적 요충지>
이밖에 미국이 l0억「달러」, 서부가 5억「달러」,일본이 3억「달러」안팎의 돈을 매년 「이집트」에 투자하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회담 대가로 미국은「이집트」에 향후 3년 동안 18억「달러」의 원조를 약속했다.
「나일」강 유역의 풍부한 수자원으로 가꾸기에 따라 농작물도 충분히 수확할 수 있는 여건이다.
「유럽」선진국과 「아프리카」·중동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에 자리잡은 지정학적 이점도 있다.
그럼에도 1인당 국민소독은 2백80「달러」의 낮은 수준이다.
73년의 전쟁에서만 약 4백14억「달러」의 전비를 소모, 「사우디아라비아」등 소위 형제국들로부터는 깨진 돈의 10%에 불과한 4억「달러」의 원조만을 받았을 뿐이다.
그래서 「가난」은 도처에 널려있다.
「카이로」시내 어느 곳에 가더라도 수없이 반복되는 친절(?)에 접하게 된다.

<곳곳에 동전 한 닢의 "친절">
주차장에 차를 댈 때나 뺄 때는 어김없이 차의 방향을 잡아주는 「이집트」인들이 있다.
「박시시」(「팁」의 「아랍」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 돈으로 35%∼70원의 동전 한 닢이면 족하지만 이들은 이 동전 한 닢으로 빵5∼10개를 살 수 있다.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대기 전에 다른 손이 먼저손잡이에 와 닿는다.
문을 열어주곤 빙그레 웃는다.
또 동점 한 닢.
식당에서 제복을 입은 종업원에게 화장실을 물어도 또 동전 한 닢이다.
관광의 필수「코스」인「이집트」박물관에서 문화재를 지키는 수십명의 순경들도 동전 한 닢의 친절공세를 베푼다.
『이것을 보십시오』 『저것을 보십시오』에 응하면 동전을 주지 않을 수 없게된다.
「애스원·댐」관광지에서 배를 타면「나일」강에 깡통조각을 이어 만든 조그만 배를 타고 다니는 소년들이 있다.

<대학출신 월급 2만원안팎>
자기 몸만큼 작은 배에서 손으로 물을 저으며 관광객이 탄 배를 따라다니며 「박시시」를 요구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인「무스타마」씨(31)는 5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구닥다리「라디오」를 틀며 『「이집트」 노래를 듣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했다.
교통순경의 월급이 우리 돈으로 1만원 내지 1만7천5백원 수준이고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대학출신의 사무관급공무원 월급이 2만1천원을 못 넘는다.
그래서 공무원사회는 빈곤의 정도만큼 부정부패가 뿌리깊게 박혀있다.
「급행료」를 물어도 행정은「완행」으로 진행되지만 그마저 안 냈다가는 부 지하세월이다.
그러나「오일」바람이 몰고 온 중동의「르네상스」가 이 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이「이집트」로 하여금 손색없는 중진국으로 밀어 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고 있다.
글·사진 조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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