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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된 재력가 장부에 현직 검사 등 10여 명 명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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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호 02면

3000억원대 재력가 송모(67)씨를 살해하라고 시킨 혐의(살인교사)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 의원 수사 과정에서 현직 검사의 이름과 돈 액수가 적힌 장부가 발견됐다. 장부를 기록한 사람은 숨진 송씨다.

‘살인 청부’ 김형식 수사 과정서 발견 … 돈 거래 밝혀도 대가성 입증 어려워

 12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송씨가 생전 기록한 ‘매일기록부’에 수도권 지검 소속의 A부부장검사를 비롯해 경찰과 지역 정치인, 구청·세무공무원 등 1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송씨가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쓴 이 장부는 일종의 금전출납부다. 장부에는 돈을 준 사람의 이름과 날짜·액수가 상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가 지역 유력 인사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A검사의 이름 옆에는 날짜와 함께 백 수십여만원의 액수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논란이 불거지자 A검사는 검찰을 통해 “송씨와 2005년 한두 차례 만났고 이후 몇 번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금전 거래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 핵심인 청부살인 사건을 먼저 일단락 지은 뒤 (A검사 건을) 충분히 확인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숨진 송씨는 생전 수차례 민·형사 소송에 엮인 바 있다. 2002년에는 대신 관리해주던 8촌 이모씨의 땅을 매매가의 50분의 1 수준인 20억원에 사들였다가 이씨와 임차인들로부터 고발당했다.

 1심에서는 사기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항소심에서는 사기 혐의에 대해 대부분 무죄가 선고됐고 사문서위조 등 혐의만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재산 형성 과정에서 여러 차례 송사에 휘말린 송씨가 재판 편의를 위해 유력 인사들에게 ‘뒷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장부에 오른 인물 중 일부가 송씨와 돈 거래를 한 사실도 밝혀냈다.

 하지만 실제 돈 거래 사실을 밝혀낸다 해도 ‘장부수사’가 ‘뇌물수사’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사자인 송씨가 이미 숨진 데다 오래전 일이어서 명단에 오른 이들이 부인할 경우 돈의 성격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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