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문 말썽…비슷한 책이름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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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같은 어투의 책제목이 잇달아 나와 항의소동을 빚는등 출판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 말썽이 되고있는 책은 일월신각에서 나온 인기여배우『소피아·로렌』의 전기 『살며 사랑하며』(「A·E·호치너」저). 지난해 구미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책은 지난달초 이원길씨 이름으로 번역돼 초판 3천부를 찍었는데 서점에 선을 보이자 책의 부제 『살며 사랑하며』가 자신의 책제목을 『그대로 도용했다』면서 이영희씨(아동문학가)가 항의를 제기하고 나선것.
이씨는 지난 73년6월 서문당에서 낸 자신의수필집 『살며 사랑하며』의 책제목을 아무런 사전양해도 없이 그대로 쓴것을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면서 『책의 제목을 바꾸고 이미 배본된 책은 전량회수하지 않으면 법정투쟁을 벌이겠다』고 강경하게 항의.
그러나 출판사측은 책의 원제가 『Living and Loving』 이어서 그대로 직역했을뿐이라고 맞서자 이씨는 『삶과 사랑』, 또는『사는 것과 사랑하는 것』등 얼마든지 달리 번역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응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채 현재는 「소강상태」이다.
공교롭게 이책 제목 『살며 사랑하며』는 이미 지난해 주부생활사에서 똑같은 제목의 10인 수필집을 꾸며냈다가 한차례 고소사태를 빚었던 것이라 이번이 두번째 수난인 셈.
주부생활사에서는 지난해 5월 여성지 『나나』 7월호부록으로 이「에세이」집을냈다가 다시 단행본을 꾸몄었는데 이영희씨가 저작권침해로 검찰에 고소장을 냈었다. 말썽이 되자 주부생활사측은 과오를 인정, 이씨측과 타협을 보았다.
타협조건은 ①1백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며②배포된 책은 전람회수하고③이름을 『그대영혼위에 뜨는별』로 바꾸어낸다는 것등이다.
이처럼 두차례나 말썽을 빚고있는 책의 제목이「이상스럽게도」 어투를 같이하여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것도 흥미로운 일.
최근에 나온 정비석수상집 『살아가며 생각하며』(도서출판 회현사간)가 지난달 범우사에서 펴낸 삼포능자의 신앙고백 「수기」『살며 생각하며』와 흡사하며 이밖에 『…며…며』조의 제목어「러시」를 이루고있다.
지난 6월에 나온 같은 투의 제목만해도 62인「에세이」집 『사랑하며 기다리며』(민예사간)를 비롯, 이춘봉시인의 수필집『사랑하며 용서하며』(사랑사간), 『오늘을 살며 영혼을 밝히며』(민문사간) 등 3개나 된다.
사방사대표 임석래씨도 최근에 낸 「찰리·셰드」의 젊은 여성을 위한 「에세이」 『딸을 위하여』도 처음에는 『사랑을 주며 사랑을 받으며』로 붙이려고했다가 비슷한 제목이 많아 그만두었다면서 『제목이 독자에게 주는 인상이 강렬해야 많이 팔린다』 는 출판사나름의 「징크스」가 『우연하게 비숫한 제목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풀이.
그러나 이같은 유형의 제목의 원조는 72년 일본에서 나온 삼포능자의 『生十〃=ㅏ思〃=∠」(살며생각하며)일 것이라고 출판인들은 말한다. 당시 이책이 불티나듯 팔리자 각출판사들이 다투어 비슷한 제목만들기 경쟁을 벌였다고.
삼포능자도 인기에 힘입어 곧이어 『살며 믿으며』를 내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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