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 약품 창고서 큰불|어제밤 인천 대동 창고 회사서-9시간만에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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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천】한밤중에 인화성 화공 약품을 대량으로 저장한 보세 창고에서 불이나 주민 1백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국민학교·「아파트」 등 대형 건물 3동과 주택 5백여 가구의 유리창이 박살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13일 밤 11시41분쯤 인천시 용현 2동 632 인천 세관 특허 안전 보세 장치장인 대동 창고 주식회사 안전 창고 (대표 이동수·53)에서 불이나 보관 중이던 각종 화공 약품이 연쇄적으로 폭발해 인근 주민 이금자씨 (27·용현 2동 621의 157) 등 1백여명이 유리 파편을 맞아 중경상을 입었고 반경 3m 이내에 있는 용현 국교·삼익「아파트」·시외 「버스·터미널」등 대형 건물과 일반 주택 5백여 가구의 창문이 뒤틀리고 가재 도구가 크게 부서졌다. 소방관 2명도 부상했다.
불은 창고 4동15호에서 일어났으나 1백여m의 불기동이 솟으며 곧 이웃으로 번져 5개 동 15개 창고의 「드럼」에 넣어져 첩첩이 쌓여 있던 「카본·블랙」 「파라핀·왁스」 「아세톤」 등 가연·인화성 화공 약품 1백40종 3천7t을 태웠고 화공 약품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바람에 창고와 야적장 등 2천2백40여평을 모두 태운 뒤 뒤쪽 선명 창고 (대표 심명구·58)로 옮겨 붙어 5백79평 중 2백여평을 태우고 9시간20분만인 14일 상오 9시쯤 꺼졌다.
경찰은 피해액을 5억여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창고주는 10억여원 주장) 불이 번지면서 생긴 불기둥과 폭음으로 부근 신흥 주택 단지인 토지 금고 주택과 백운 주택·삼익 「아파트」의 입주자 1천여 가구 5천여명이 잠옷 바람으로 2km떨어진 숭의동 「로터리」까지 대피해 6시간여 동안 공포에 떨었다.
경찰은 13일 낮 인천 세관 조덕진 감시국장이 대동 창고를 둘러보고 자연 발화의 위험성을 경고한 사실을 밝혀내고 일단 더운 날씨에 자연 발화 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창고 대표 이씨와 경비원 김기룡 (38)·현덕무 (45)·직원 김상학 (45)씨 등 10여명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발화>
불을 처음 발견한 이 창고 경비원 현씨에 따르면 순찰을 끝낸 뒤 밤 11시41분쯤 창고 안 사무실에서 막 잠이 들려는 순간 『타다닥, 타다닥』하는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고약한 냄새가 나 뛰쳐 나가보니 4동15호 창고 오른쪽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현씨는 동료 경비원 김씨에게 화재 신고를 부탁한 뒤 분말 소화기를 사용, 불을 끄려했으나 이미 불은 4동 건물 전체로 번져 소화기를 던지고 탈출하다 『펑』하는 폭음에 기절, 입구에 쓰러져 있다가 소방관에게 구조됐다.
불은 4, 5분 간격으로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2시간여만에 창고 전체로 번져 안전창고 5동 (5백50평)과 야적장 1천6백84평을 휩쓴 뒤 폭 3m도로 건너편에 있는 선명 창고 1동으로 옮겨 붙어 「카본·블랙」 2백19t, 「페인트」 15t, 「파라핀·왁스」 19t, 「아세톤」 4t·3t 등 1백40종의 화공 약품 3천7t을 태웠다.

<대피>
창고담 바로 옆에 판잣집을 짓고 사는 김명도 (33·목수)·홍수섭 (32)씨 부부는 마치 폭격을 받은 것으로 착각, 아들 3명을 업고 빠져나가다 폭동에 휘말려 5m나 날아가 도랑에 처박혀 있다가 소방관들에게 구조됐으나 김씨가 키우는 소 l·돼지 4·개 20마리는 폭음에 놀라 모두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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