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보물선 선체 인양 가능성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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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안해저 보물선의 선체를 인양하기 위해 실시된 사전조사가 21일로 현장조사를 끝내고 철수했다. 지난 6월초부터 해군심해잠수부대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는 개펄에 침몰돼 있는 중국 원대 무역선의 선수 및 선미 부분에 대한 실측조사와 갑판 밑의 선창부분 3분의 1을 조사함으로써 원대 무역선의 격벽등의 보존상태를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수중 VTR녹화기의 촬영 등을 통한 조사중 신비에 싸여있던 선체의 정체를 밝혀 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정확히 확인된 선체의 크기는 길이 28.4,m, 폭 7m로 지난해까지 유물인양과정에서 확인됐던 것과 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이번 조사에서 선창의 수는 모두 7개로 밝혀졌는데 대표적으로 조사된 선창 한칸의 크기는 세로 2.6m, 가로 6.5m의 규모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선체의 보존상태는 예상과는 달리 파손과 부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펄 흙속에서 묻힌 부분의 상태가 매우 온전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조사 결과 해충 등에 의한 부식이 심했다는 것이다.
선수 부분도 거의 파손되었거나 부식돼 없어졌고 선창 위의 갑판은 전혀 형체도 없을 정도의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개펄에 묻힌 배양쪽 현 부분을 30cm까지 파고 들어가 보존상태를 확인했다.
조사단은 이 같은 선체의 부식과 파손에도 불구하고 선체인양이 가능하다는 견해다. 그래서 문화재관리국은 현장조사에 이어 실측도 작성에 들어가는 등 앞으로의 선체인양에 대한 준비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이외의 부수적인 수확으로 일반의 관심을 크게 모은 것은 전혀 부식이 안된 채 금방 베어낸 듯한 생생한 상태인 2백여 토막의 자단목을 인양한 것이었다.
당시 무역품으로 추정된 이들 자단 토막은 40cm의 길이에서부터 긴 것은 1m 60cm나 되는 것들도 나왔다.
둘레가 대체로 지름이 30~70cm인 이들 자단나무 토막은 「인도네시아원산 인 것으로 밝혀졌다. 선창밑 부분에서 나온 자단 토막들은 모두 약간 검붉은 색이었고 그 보존상태는 아주 양호했다.
이 나무는 예부터 고급 가구용으로 쓰여온 것으로 화류장등을 만드는데 많이 쓰였으며 원산지는 동남아였다 자단목은 그 질이 단단하고 색깔이 고와 지금까지도 가구 목재로서의 인기가 아주 높은데 일제시대에 나온 고급 주판알들 중에는 이 나무로 만든 것들이 많다.
이번 신안에서 인양된 자단토막들은 그대로 가구를 만드는데 사용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보존상태가 완전했다.
이 밖에도 4톤의 동전뭉치와 각종 자기류 일백여점이 인양됐으나 질·양면에서 그동안에 인양되었던 유물들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것들이었다.
이번 조사까지로 배안에 실렸던 유물과 침몰장소 주변에 흩어진 유물들은 모두 이양된 셈이다. 이번 조사는 선창조사과정에서 자단의 인양과 함께 갑판으로부터 깊이 2.1m까지 내려간 선창들의 밑바닥에 지름 5~7cm정도의 둥근 나무토막들을 깔았으며 자단에는 하물의 충격을 막기 위해 통나무를 얼기설기 엮어 놓았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선체조사는 남아있는 6개의 선창을 환전 조사하고 실측까지 하려면 앞으로 적어도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15도쯤 기울어 진 채 침몰되어 있는 신안해저 보물선의 선창안은 모두가 개펄흙이 가득차 있어 흙을 모두 파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창조사는 앞으로 결정될 선체인양문제와 관련지어 추진하다는 것이다.
문화재 관리국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선박·해양생물학·보존과학등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선체 인양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문공부 당국은 일단 선체인양이 가능하다는 전제아래 조사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제 인양작업을 위한 기술과 예산상의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이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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