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의 탈선항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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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모든 질서는 국민 각자의 노력이 집약되어 그것이 현실적인 행동규범으로 정착했을 때 비로소 값진 것이된다.
「생활속의 질서」라는 개념이 항상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며, 특히 항악의 계절에 이같은 문제를 재논하는것은 개인의 무분별한 행동이 자칫전체적인 질서의식을 깨뜨리게 할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내무부가 요즘 농번기를 맞아 새삼도시인들의 분별없는 단체관광이나 농촌주변에서의 퇴폐행락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나선 것도 근원적으로는 그같은 생활속의 질서를 정착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농촌의 일손이 한창 바빠지는 계절, 한편에서는 농민들이 땀흘려 일하고 있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민이 마구 뛰어들어 바로 이웃에서 고둔방가한다거나 집단난무등의 작태를 연출한다면 농민들의 근노의식이 저해되고 국민간의 위화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새삼 중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우기 요즘처럼 소비절약운동이 범국민적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란과 과소비를 조장하는 탈선항악기풍의 숙정은 비단 농번기에만 국한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건전한 항악풍토나 관광지에서의 질서에 관해서는 본난이 누차 현조한바이나 치안당국에서 관광유원지의 관할 항정책임자를 상대로 특별한 단속지침을 시달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의 항악의식이 아직도 문화민족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같은 문제는 근원적으로는 늘어나는 국내 관광인구를 건전한 방향으로 안내할 수 있는 시설이나 숙사등 기초적인 여건을 보다 충실히 갖추고 난 다음에야 항정적인 지도가 주핵할 성질의 것이지만, 이에앞서서 강조해야 할 것은 관민할 것없이 모두가 국민관광의 가치에 대한기본인식을 새로이 할 필요가 있다는점이다.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관광지에서의 바가지요금이나 물품강췌, 부량배의 난동, 오물을 함부로 버리는등의 자연훼손 항위, 고군난무등도 결국은 위악시설의 부족과 항악에 임하는 국민적 「에티케트」의 결핍등은 국민의 자각의 문제인 동시에 또한 적정시설의 태부족이라는 문제상황 때문이라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성장두회속에서 위악이란 그것을 생활의 일부에서 떼어놓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때 국민관광은 새로운「비전」과 그에 걸맞는 시설의 확보가 동시에 이루어지는데서 비로소 가치있는 것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단속지침도 항악자체를 죄악연해서는 안될 것이며 규제 보다는 자제에 의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할 것이다.
지난 한햇동안의 항악질서 저해사범 단속실적은 총1만7천1백20건에 2만9백50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대체로 음주소란·부녀자희롱·불량배항패·바가지요금등 형사처벌이나 야번쟁범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만일 농번기 농촌주변의 무절제한 항악까지 규제한다면 항악질서사범은 엄청나게 늘어날것이며 자칫항악이 지닌 두회적 욕구를 억제할 부작용도 우려된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는 계도와 단속이 조화를 이루어야하며 풍속쟁범과는 엄격히 구별되어 규제되어야할 것이다.
요즈음은 가뜩이나 농촌의 일손이 모자란다고 한다. 이같은 때에 농촌의 일손을 멈추게 하는 일은 마땅히 없어야하며, 국민관광도 건전한 생활의 한 분야로 마찰없이 추진될 것을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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