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긴축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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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화가치의 안정을 누구보다 먼저 걱정해야하는 한은총재로서 긴축의 필요성을 재삼 강조하게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지금의 경제국면은 공급과 수요 어느면에서도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임을 고려한다면 통화의 안정이 곧 복합적 안정대책의 중요한 골격을 이룰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월까지의 실적을 토대로 판단할 때 상반기중의「인플레」는 주로 공급측면의 압력때문이었고 상대적으로 통화는 중립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하반기 이후의 지속적인 긴축이 재정·금융에서 그런대로 강도를 유지했던 덕분에 2·4분기이후 각 부문에서 긴축효과가 어느 정도 스며드는 징후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통화의 조정이 실물에 영향을 미치려면 약간의 시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으나 긴축의지의 확인만으로도 기업가측의 선택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그 자체가「인플레」대책으로 유효할 것으로 본다.
반면 하반기이후의 변화는 지금보다 오히려 비관적 요소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다.
상반기에 집중되었던 공공요금과 공산품가격의 대폭적인 인상허용이 전반적인 물가상승 파급으로 번져나간 뒤에도 또 다른 잠재요인들이 수없이 대기중이다. 아무리 낮게 평가해도 최소한 지난해의 상승율을 넘어설 것이 분명한 국제원자재시세도 불안하고, 다만 시간문제로 남아있는 유가재인상 또한 그렇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연초이래 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국제수지구조의 변화다.
이미 4월까지만도 무역수지에서 14억「달러」나 적자를 냈고 순외화자산이 77년 이후 최저수준인 12억 「달러」대로 떨어졌으며 여러 징후로 미루어 앞으로도 개선될 전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입쪽에서는 계속확대추세로 치닫는데도 상품수출이나 용역수입에서는 증가세가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지금 추세는 적어도 올해 3· 4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외화 조달능력이 높아지고 국제수지구조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엄밀히 따지면 우리의 국제수지는 규모에서만 달라졌지 질적 저조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가장 핵심이 되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에서 본원적인 균형에 가까워질 수 없는 한 그것을 국제수지 안정으로 평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차입능력만 과신한 나머지 언제라도 외화차입으로 경상적자를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국제수지구조는 다시 60년대 후반기의 불안정사대로 후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적자폭의 경상수입액에 대한 비율이 지난날처럼 유지된다해도 이미 절대 규모에서는 이전과 비할 수 없이 커진 점을 고려에서 빼놓을 수 없다.
때문에 국제수지의 벽에 부닥쳐 그의 조정을 위한 고통스런 부담을 다시 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긴축과 절제로 수지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상반기에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근한 통화정세도 하반기에는 재정과 해외부문에서 다시 불안정으로 반전될 기미가 높다.
따라서 재정과 금융을 통한 긴축기조를 계속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해외차입을 되도록 억제, 이 부문을 통한 통화증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불가괴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긴축과정에서 특히 강조할 것은 한정된 재원의 효율을 어떻게 극대화할것인지를 끊임없이 검토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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