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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학 어떻게 손질하나<2>-기계·발전설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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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화학공업이 연착을 위한 기반이 단단히 다져지지 못한채 기계·발전설비제조분야의 방만한 투자가 계속되어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발전설비에서부터 건설중장비·객화차·전기「디젤」기관차」공작기계등 각종 철구조물을 생산하는 이른바 종합기계공장들을 헤아리자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삼성중공업·현대양행·대우중공업·현대중공업등 대단위 업체외에 투자규모가 기백억대를 넘는 업체만도 10개 이상이 된다.
이 종합기계공장들은 정부가 산업구조를 중화학부문으로 전환 직후인 76년말부터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그러나 축적된 자본과 기술이 없어 처음부터 여러 가지 무리가 뒤따랐다.
객관적 타당성과 정확한 전망보다 타업체가 참여하니까, 정부에서 권장하기 때문에 한다는 식이었다.
4대 종합기계공장의 투자규모를 보면 현대양행·대우중공업·현대중공업이 각각 3천5백억원 규모, 삼성중공업이 1천3백억원에 달한다.
4차경제개발 5개년계획기간 중 기계부분 투자계획은 8천9백60억원(75년가격·내자6천1백80억원, 외자5억7천만「달러」)으로 잡혀있다.
물가상승율을 고려에 넣어도 이들 대단위기계공장 몇 개만 지으면 투자재원이 바닥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공부는 79년도 중화학공업에 7천2백58억원을 기획원에 지원요청했으나 금년 국민투자기금규모가 총4천1백80억원이어서 중화학을 위한 재원조달이 막연한 실정이다.
이같이 가용재원의 원천적제약성을 무시하고 대형투자를 강행한데서 문제가 일어났다.
중화학에 제조업투자의 80%이상이 집중되고 보니 자연 생필품등 경공업이 경시되고 이에 따른 생필품의 품귀와 가격파동을 빚은 것이다.
기계공업은 방대한 자본능력외에도 고도의 기술수준·안정적원자재공급·기능인력과 국내외시장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전제품·조선·자동차등 분야에 있어서는 제한된 범위나마 국제적으로 기술수준을 평가받고 있으나 산업기계·발전설비분야등이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아직 요원하다.
생산공정이 비교적 단순한 건설중장비까지도 국산화비율이 낮아 현대양행의 경우「불도저」60%,「페이로더」56%이며 대우중공업은「불도저」34%,「페이로더」35%수준이다.
발전설비의 경우 현대양행의「터빈·제너레이터」36%, 대우의「보일러」0%정도다. 기관차는 30%이고 발전·제철 평균은 35%에 머무르고 있다.
기능인력확보 역시 문제. 기계공업이란 오래 축적된 기술기반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단순한 경공업을 성공시킨데서 너무 자신을 얻어 촌공장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밖에 없는데 겁도없이 세계적 규모의 공장에 달려든 것이다.
이것이 잘못되면-벌써 그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지만-그 부담은 국민경제 전체에 두루 확산된다.
4차5개년계획기간 중 부족되는 과학기술자가 2만5천명, 기술공7만5천명, 기능공7만2천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5차계획기간중에는 부족인원 폭이 더 확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자재의 해외의존도 높다. 중화학의 성공여부는 국제경쟁력에 있다.
현재 조선수출이 부진하고 건설중장비 역시 해외판로가 좁다. 「인도네시아」로 수출된 건설중장비가 현지법인 창고에서 낮잠자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내산업기계공장 가동율이 78년말 61.6%, 올해에 60%정도로 전망되는 것도 수요창출과 시장개척의 애로를 대변해 주고 있다.
현대양행의 창원공장 전체가동율이 21%로「보일러」설비는 10%,「터빈·제너레이터」부문 40%, 건설중장비 30%로 나타나있다.
현재 4원화원칙에 따라 현대양행·대우중공업·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등 4개사가 추진중인 발전설비 생산시설투자 계획을 보면 중공업의 투자재원규모가 얼마나 엄청난지 알 수 있다.
현대양행은 창원공장에 발전기계부문에 1천5백억원 투입키로 하고 기투자1천억원, 향후 투자소요액이 5백억원이며 대우중공업은 총투자규모 6백37억원으로 현재까지 1백억원이 투입되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총투자규모를 정책당국마저 어림잡기 힘들정도인데 정부는 올해에 종합기계공장만을 위한 자금 투입규모를 2천2백억원, 80년에는 2천3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같이 거대한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축적된 자체 재원이 없기 때문. 현대양행의 경우 자기 자본비율이 10%이하, 부채비율이 1천%를 넘으며 대우는 자기자본비율이 22∼23%에 부채비율이 3백%를 넘고 있다.
발전설비를 수주받느냐의 여부에 기계공장의 사활이 걸려있다. 50만㎾짜리 발전설비 1기당 낙찰금액이 평균 2억5천만「달러」(1천2백억원정도)여서 만약 이 공사를 딸 수 있으면 기업은 산다.
그러나 공사를 맡지 못하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공장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로 볼 때 발전설비공사는 한계가 있고, 4개 기계공장에서 모두 이 수주를 맡을 전제 아래 공장을 짓고 있으므로 결국 시설과잉이 되고 정부가「교통정리」를 서두르게 된 것이다.
현대양행이「터빈·제너레이터」「보일러」등의 일관생산을 위해 미국계 2개사,「프랑스」와「스위스」계 각1개사와 기술제휴, 년산50만㎾짜리 4기생산시설을 위해 이미 1천9백억원을 투입(총투자규모 3천4백억원)하였다. 대우중공업에서「터빈·제너레이터」와「보일러」생산시설을 위해 47억원을 이미 투입, 향후 5백73억원을 추가투자할 계획이며 현대중공업은 원자로「터빈·제너레이터」부문에 참여, 소요자금이 6백63억원(기투입5백3억원)이다.
삼성중공업에서 연산 50만㎾짜리 2기의 산업발전용「보일러」전문생산공장을 위해 4백18억원을 투입,「보일러」설비시설이 가동중이고 추가투자예정액이 8백67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79년부터 84년까지 총59억원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키로하고 2천3백만「달러」정도 외자대부를 예정하고 있다. 현대의 발전설비를 위한 차관기 도입액이 4천8백여만「달러」에 달하고 있어 발전설비생산을 위한 외채는 눈동이처럼 늘어가고 있다.
종합기계공장들이 공장부지를 과다점유하고 있는 것도 공장가동율이 낮은것과 관련, 문젯거리다. 현대양행이 1백28만평, 대우중공업이 84만평, 현대중공업이 2백27만평, 삼성중공업이 15만평을 점하고 있다.
어쨌든 정부는 선별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아래 기계·발전설비 투자계획을 재조정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번에 중공업의 교통정리 기회를 놓치면 기계공장들이 모두 같이 부실화할 위험도 있다.
정부는 발전설비분야와 기계분야를 특화한다는 전제로 투자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시키는 쪽으로 조정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도 기계공장은 처음부터 대규모의 일관공장으로 시작하기보다 부문별로 특화시켜 전문적으로 키워나가는 방법을 쓰고 있다.
「보일러」의「퍼스트·필러」(미),「엔진」의「롤즈·로이스」(영),「터빈」의「브라운·보배리」(스위스),수력「터빈」의「뉴·프릭」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정부문에서 기술축적을 한 다음 점차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자연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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