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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왜놈 바둑 왜 두나" 조남철 "나라마다 변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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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1956년 경무대에서 이승만 대통령(가운데)이 제2회 한·중(지금의 대만) 바둑대회를 관전하고 있다.

1954년 12월 경무대. 이승만(1875~1965) 대통령이 서릿발 같은 말을 던졌다. “자네들은 어째서 왜놈 바둑을 두고 있는가.”

 순간 김봉선 초단과 대국 중이던 조남철의 등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조남철은 곧 평정을 찾았다. “각하, 바둑은 본래 자유포석제였습니다. 나라마다 변형했을 뿐입니다. 순장바둑을 두어보겠습니다.” 냉랭했던 표정이 누그러진 대통령은 관전 후 가만(可晩·이 대통령의 사인) 한 장을 써주었다.

 55년 3월 제1회 한·중(지금의 대만) 바둑대회 출국 허가는 이렇게 얻어졌다. 당시 여의도 비행장엔 대만행 비행기가 없었다. 일본을 거쳐야 했다. 달러가 없으면 표도 못 샀다. 환전(換錢)을 하려면 대통령의 가만(可晩)을 얻어야 했다.

 대만과의 교류전은 큰 성공이었다. 환영 나온 중국 인사의 면면은 거물들이었다. 총통 비서실장 저우즈러우(周至柔) 장군(전 육해공군 총참모장)·바이충시(白崇禧) 장군·대만시장 등이 마중을 나왔다.

 당시는 전쟁이 끝난 뒤 불과 2년. 대만과의 교류는 민심 안정에도 도움이 됐다. “이제는 외국과 함께 바둑 같은 놀이도 하는구나. 그럭저럭 안정이 돼 가나 보다.” 그런 안도감을 사회에 안겨 주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마중 나온 장경근 이사장이 조남철에게 우승을 대서 특필한 신문지 다발을 안겨주었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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