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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샹젤리제는 범죄와의 전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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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사복 경찰관들에게 붙잡힌 범죄 용의자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사진 중앙은 개선문. [르 피가로 마가진]

지난 5일 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114번지 앞길. 자정을 넘어서자 곳곳에서 술집 호객꾼들이 손님들과 흥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20대 남자 2명이 몰던 오토바이 두 대가 대로변에 급히 멈춰 섰고, 뒤따라 경찰 오토바이 두 대가 왔다. 남자 2명의 신분증과 면허증을 한참 들여다본 경찰은 돌려준 뒤 먼저 자리를 떴다. 남자들도 재수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은 뒤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호객꾼 사뮈엘은"경찰의 일상적인 검문"이라며"요즘엔 거의 매일 여기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샹젤리제 114번지 옆골목인 워싱턴 거리에선 경찰 3명이 열심히 불법 주차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부근 샤를 드골 에투알 지하철역 입구에는 권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3인 1조 범죄수사대가 날카로운 눈매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샹젤리제는 프랑스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자랑하는 곳이다. 개선문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올 들어 이곳에선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 연말 샹젤리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안전하다는 거리의 명성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오후 8시45분에 18세 청년이 샹젤리제 대로변 공원에서 말다툼 끝에 칼에 찔려 사망한 이 사건은 큰 충격을 던졌다. 잡지 르 피가로는 "2㎞ 길이의 샹젤리제 거리에 24시간 교대로 순찰하는 경찰관이 700여 명에 이른다"고 최근 보도했다.

특히 자주 발생하는 소매치기 범죄를 막기 위해 사복 오토바이 경찰 병력이 상시 순찰을 돈다.

'톨레랑스 제로'정책은 낙서에서부터 폭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범법 행위가 처벌받는 미국 뉴욕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디오 감시 체제 등 범죄 방지용 장치들도 곳곳에 설치됐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범죄가 적었던 오페라나 루브르 주변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는 소매치기들이 많아졌다. 파리에 사는 주재원 K씨는 "얼마 전 오후 9시쯤 지인과 오페라 대로를 걷다가 2인조 소매치기로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발을 차였다"며"그리 늦지도 않은 시간에 대로변에서 그런 일을 당해 정말 황당했다"고 말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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