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고) 만들기 외곬인생 40년|광주시 서구 양2동 박일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남도 창이나 가락에 맞춰 두드리는 전라도풍속의 명물 북(고)이 한 노인에 의해 겨우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박일호씨(62·광주시 서구량2동 5통3반 175)가 북을 만들어 온지 40여년, 전남·북 지방에 보급하고 있다.
박씨가 북 만드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한 20대 초반만 해도 북의 고장이 광주시 서구 양동과 월산동으로 소문나있어 그런대로 수지가 맞는 업종이었다.
당시 광주지방은 전국에서 창에 맞춰 북을 두드리는 유일한 곳으로 다른 지방에서는 장구(장고)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러나 30여년 전부터 대중가요, 「팝송」 등 외국가요의 유행에 따라 창이나 가락이 퇴색하면서 덩달아 북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박씨는 호남의 전통문화를 살리고 남도 창을 보다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광주 북을 만드는 작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 영리를 떠난 자세에서 의롭게 이일을 계속하고있다.
박씨는 해마다 봄·가을 두 차례씩 전남·북 지방의 제재소·시장·농촌 등을 찾아다니며 북의 재료에 쓸 질 좋은 소나무판자와 쇠가죽을 구해온다.
소나무관자는 모가 나지 않은 매끄러운 북통으로 만들고 쇠가죽은 석회 등을 섞어 탄물에 1주일 가량 담근 다음 칼과 대패로 다듬고 햇볕에 말렸다가 다시 물에 불려 북통에 씌우고 못질을 하면 북이 완성된다.
박씨가 온갖 정성을 들여 만들어내는 북의 생산량은 한 달에 겨우 5∼6개정도. 박씨가 만든 북은 「광주 북」으로 일컬어지고 경북 김천과 전북 남원 북보다 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수명이 긴 것으로 평가받고있다. 【광주=김국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