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유 중공까지 비행 미서「이원권」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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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김건진 특파원】미국은 지난주「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항공협상 때 미국 비행기가 서울을 경유하여 중공으로 갈 수 있는 이원권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중공의 도시 이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서울을 경유하여 북경 같은 중공내의 도시로 연결하는 비행노선을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한국 측이 이미 2년전에 이와같은 미국의 제의를 거부한 적이 있으며, 미국 측이 이 문제를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 측은 대한항공(KAL)이「로스앤젤레스」를 경유, 남미로 가는 노선과「뉴욕」경유「유럽」으로 가는 이원권을 미국 측에 요청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권>
항공협정을 체결한 쌍방국가 중 한쪽 국가가 상대방 국가에 대한 취항 이외에 그 국가로부터 제3국가들로 연장운항 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57년 체결한 한미항공협정에서 미국은 한국 안의 제 지점으로부터 다른 국가로 취항할 수 있는 이원권을 보유했었으며 이에 따라「노스웨스트」「플라잉·타이거」등 미 항공사들이 일본 및 동남아 노선에 대해 이원권을 행사해 왔다.
다만 71년 3월 한미항공협정 1차 개정 때 양국은 각서를 교환, 「미국은 대한민국의 미승인국에 대해서는 이원권을 허가하지 않으나 제3국(일본) 항공사가 동 이원권을 행사하거나 한국이 미승인국을 승인하면 이 제한사항은 자동적으로 해제된다」는 단서조항을 두었었다.
이번 회담에서 미 측은 미승인국에 대한 이 제한조항을 완화, 또는 삭제할 것을 요구했는데 미 측의 의도는 북경 및「베트남」에 대한 서울로부터의 항소노선을 개설하려는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미 측도 미·중공간에 정식국교가 없기 때문에 당장 이원권을 얻자는 것은 아니고 먼 장래를 내다본 사전조치로서 문제를 일단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이 중공항로의 관문으로 사용된다면 경제적 이익은 상당히 클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으나 이 문제는 중공과의 관계개선이란 정치적인 차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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