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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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동영상은 joongang.co.kr [최효정 기자]

삶을 신뢰하라.

그러면 많은 이들이 너의 말과 행동을

신뢰할 것이다.

마음의 씨앗들을 세상에 뿌리는 일이

지금은 헛되이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열매를 거두게 되리라.

- 매들린 브리지스(1844~1920) ‘인생 거울’ 중에서

우리 삶은 ‘인생 거울’에 어떻게 비칠까? 세상 살면서 깊이 성찰하고 곱씹으며 들여다볼 대목이다. ‘삶을 신뢰하라’는 시구는 학창시절에는 잠언처럼 다가왔다. 마음에 거울 하나를 둔 셈치고 수시로 나를 비춰봤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미네소타대학 유학시절에는 내 정신을 오롯이 세우는 큰 힘이 되었다. 교수로, 총장으로 대학에 몸담으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희망의 씨앗, 그것은 참된 사랑과 배려, 그리고 신뢰의 삶이라는 ‘인생 거울’이었다. 지금도 이 시를 암송하면 전신에 큰 울림이 퍼진다.

 인간사에 물질은 날로 풍요로워지는데 사람들 마음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마음 씀씀이도 얇아지고 있다. 끝없는 탐욕은 마음의 곳간을 털어가지만, 베풂과 배려는 아름다운 세상을 열게 한다. ‘삶을 신뢰하라’는 한마디는 얼마나 힘찬가. 자기 삶에 대한 믿음이 두텁고 책임을 다할 때 공동체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는 시 구절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명구다. 변하지 않는 깊은 마음, 올바른 항심(恒心)과 정성을 쏟는 혼(魂)이 우리 ‘사회 거울’에 그득하기를 바란다.

김준영 성균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