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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부산-「레퍼터리·시스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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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든 문화 활동이 중앙 집권적인 우리 나라에서 부산의 문화 활동은 모든 분야가 빈약하기 이를데 없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연극계는 한마디로 침체 그것이었다.
이 같은 부산 연극계에 「새로운 가능성의 제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등장한 연극 동인들이 있어 이곳 문학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 「레퍼터리·시스팀」의 탄생이 바로 그것. 본래 「레퍼터리·시스팀」이란 연극의 예술적 완성을 목표로 완성된 연극을 제작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따라서 「스타·시스팀」과는 달리 유명 배우의 인기로써 관객을 부르는 것이 아니고 주역에서 단역에 이르기까지 일사분란한 「앙상블」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이「시스팀」의 특징이다.
이제 『부산 연극도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면서 12명의 연극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자리에 모인 이 「레퍼터리·시스팀」의 회원은 연출에 허영길씨 (37), 연기자로는 김의섭 (31) 김경화 (27) 이상복 (26) 박숙 (여·22) 유경자 (여·22) 제씨, 스태프는 이기원·김미경·김동석·신향아·이성규씨, 그리고 신태범씨다.
연출가 허씨는 극단 「전위 무대」에서 l5년간 활동해온 이곳 연극계의 산증인. 허씨가 「레퍼터리·시스팀」을 조직하게 된 것은 서울의 동낭 「레퍼터리」 극단에서 비롯됐다.
한동안 영화에 밀려 제 기능을 발휘 못했던 연극계가 74년 동낭 「레퍼터리」극단이 탄생하면서 서서히 「붐」을 조성했던 것.
이에 착안한 허씨는 부산 연극계도 이「시스팀」을 조직해야 된다고 결심, 작년 가을부터 뜻 있는 연극 동인들을 규합, 지난 1월18일 「레퍼터리·시스팀」을 정식으로 창단한 것이다.
허씨는 창단 첫 공연으로 지난 5월4일부터 8일까지 부산 시민 회관 소극장에서 윤대성 작 『출발』과 『너도 먹고 물러나라』를 공연했다.
첫 공연의 제작비는 총 1백50여만원이었는데 모두 단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충당했다고 한다.
단원들의 혼연일치된 5개월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첫 공연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6월1일과 2일 「앙코르」 공연까지 단행하게 됐던 것이다.
흥행을 초월, 부산 연극계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이 있어도 그것을 이겨나갈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 단원들의 한결같은 결의다.
허씨는 다음 공연은 9월에 가질 예정이라면서 최소한 분기별로 1년에 4회씩은 갖겠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번 「레퍼터리·시스팀」의 탄생은 이곳 연극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 앞으로의 공연 활동에 모두들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끝> 【부산=김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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