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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만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린이 정서생활과 사회교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만화의 불량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각계에서 점고되고 있다. 최근 유신 정우회가 주최한『아동을 위한 건전 만화대책』이란「세미나」역시 그러한 사회여론의 일단이었다 생각된다.
8·15후 어린이를 위한 사회교양의 가장 선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부문이 다름 아닌 아동잡지와 건전 만화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텔레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본격적인 아동문학서적이 대량 공급되기도 어려운 실정이어서 몇몇 우수한 만화가들이 그려내는 동화물·명작물들이야말로 어린이 정서생활의 거의 유일한 「미디어」구실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40대초 세대들은 그 당시의 어린 마음과 심금을 울러주었던 몇몇 유명 만화가들의 아름다운 필치와 화풍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요즘 어린이들이 읽는 만화의 주제와 어법·화풍은 그전처럼 그렇게 계도적인 것이 못될뿐더러 미술적으로 아름다운 것도 아니며 교육적이거나 정서 순화적인 것도 못 되는 것 같다.
우선 주제 면에서 볼 때 주인공 설정이나「스토리」구성이 너무나「난센스」일색이다. 주인공이란 거개가 비인격적인「로보트」가 아니면「슈퍼맨」이고, 「스토리」의 전개과정은 허황된 초능력과 폭력의 난무로 일관되어있다. 그리고 거기서 사용되는 언어 또한 비어·속어·욕실·은어들로 뒤범벅이 돼있어 그것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해독은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다.
이런 만화를 탐독하는 어린이들은 곧잘 만화 속의 괴물이나 초인을 흠모·모방하게 되고,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또한 반문화적인 경향성-다시 말해 폭력숭배·정복사상·반주지주의 등에 물들기 쉽게 된다. 이런 난폭한「밴덜리즘」(파괴적 만풍)의 전파자인 불량만화가 하루에도 무려 8만4천부씩이나 쏟아져 나온다니, 이 도도한 탁류를 그대로 방치해 두었다가는 어린이 사회교육에 무슨 파괴효과를 미칠지 모를 일이다.
만화의 저질성을 시정하고 좋은 만화, 수준 높은 만화를 공급하려면 무엇보다도 만화유통구조의 전근대성과 비합리성을 시정함과 아울러 만화심의기구의 기능을 강화·정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불량만화를 범람하게 만든 구조적인 원인의 하나가 다름 아닌 몇몇 출판업소의 유통구조독점에 있었음을 감안 할 때,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이 하루속히 강구되어야만할 것이다.
아울러 학부모들의 불량만화 고발활동을 권장하여 만화업자들에 대한 사회적 견제력을 강화하고 우량만학·우수만화가에 대해서는 문예진흥정책상의 과감한 지원을 제공해주는 방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만화의 내용이나 주제 면의 개선방안으로는 무엇보다도 만화가 자신의 자질향상과 양식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모든 만화가들이 부단한 자기수양과 학습을 게을리 말아야할 것이다.
이제 불량만화대책은 하나의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학교 학생 1천4백70명중 1주일에 5권 이상의 만화를 읽는 숫자가 90%나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어린이의 90%가 1주일에 5번 이상이나 유독「가스」에 중독되는 바나 다름없는 일이다. 사회각계와 정책 부서의 공동의 대책수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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