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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프레이저 기자 (가)-워싱턴 김 특파원-본사 3각 국제 전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다음은 본사 「워싱턴」 김건진 특파원과 「존·프레이저」 특파원 (캐나다 「터론토·글러브·메일」지)과의 국제 전화 1문 1답.
-회담에서는 어떤 문제가 논의됐는가?
『전반적인 국제 정세를 논의했고 한반도 문제도 논의 됐음이 확실하다. 중공은 특히 전세계에 팽창하는 소련의 패권을 강경하게 비난했다. 외상 황화는 소련의 사회 제국주의를 강경한 어조로 비난하고 화해·협상·군축을 앞세운 소련의 술책에 속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공 측은 상해 공동 성명 정신에 입각, 미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표명했다.
「브레진스키」는 이 말을 받아, 「카터」 대통령은 중공과 관계를 개선할 결심이 돼있다. 장애물 극복에 공동으로 노력하자고 대단히 적극적인 발언을 했다. 「브레진스키」는 또 소련을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연설을 함으로써 중공을 기쁘게 했다.』
-한반도 문제 해결 방식의 하나로 소위 3자 회담설에 관한 중공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났는가?
『지난 2주일 동안 중공의 신문·통신 보도나 논평을 종합하면 3자 회담에 관한 중공의 입장은 반대임이 분명하다. 중공 당 주석 화국봉은 평양 방문 때도 김일성과 함께 이 3자 회담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최근 중공의 신문·통신에 한국을 격렬하게 비난하는 논조가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화국봉은 평양 방문 때 북괴와 논의한 3자 회담에 관한 문제를 포함한 중공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중공의 경화된 입장을 「브레진스키」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브레진스키」는 아직 화국봉을 만나지 않았다. 22일 상오 만리장성을 관광하고 아마도 22일 하오 3시쯤 (한국 시간) 화를 만날 것 같다. 화는 그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공과 북괴의 입장을 분명히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개된 중공과 북괴간의 입장이 변경될 소지는 거의 없다. 중공이 북괴의 입장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브레진스키」의 중공 방문을 앞두고 화가 평양에서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는 북한이며 중공은 결코 한국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브레진스키」의 여행 목적 달성의 한계점을 보여준 증거다.
-화의 그런 발언은 소위 「남북한 교차 승인」 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희박하게 하고 있는데….
『그렇다. 적어도 중공 입장에서 볼 때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교차 승인 방식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대통령이 북경 방문을 끝내고 평양으로 갔다. 그도 한반도 문제의 중재를 하기 위해 방문 외교를 펴고 있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북경에서는 「차우셰스쿠」의 중공 방문을 매우 성공적으로 보고 있다. 「차우셰스쿠」는 소련으로부터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중공은 그를 더욱 환영했다.』
-「차우셰스쿠」뿐만 아니라 최근 한반도 주변을 둘러싸고 각국 지도자들의 연쇄 방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빈번한 방문 외교는 「방문 홍수」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이때마다 한반도 문제가 논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강대국간에 한반도 정책에 당장 어떤 변화가 올 징조는 아직 없다. 당분간은 사태를 인내심 있게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상황 변동이 없는 한 「브레진스키」가 중공에 3자 회담을 강력하게 촉구할 것 같지는 않다. 중공과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국교 정상화 문제다.』
-미국은 3자 회담에 관한 남북한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중공을 포함한 4자 회담을 제기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중공은 4자 회담을 수락할 것 같은가?
『만일 북괴가 4자 회담을 수락하면 중공도 이를 수락할 것이다. 아직까지 중공과 북괴가 별도로 행동한 일은 거의 없다. 따라서 4자 회담에 대한 중공의 입장은 북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싱턴」에선 「브레진스키」의 중공 방문은 「카터」 대통령의 중공 방문길을 트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가능성은 많다. 부수상 등소평은 「브레진스키」가 오기 직전 「카터」대통령에 대한 공개 초대장을 띄웠다. 이런 움직임은 「카터」 대통령의 중공 방문뿐만 아니라 화국봉 수상의 미국 방문 가능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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