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괴롭히는 사병을 때린 상관 폭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군대 내에서 지휘관이 부하의 불법행위를 막고 질서를 지키기 위해 1, 2회 때렸다 하더라도 이를 폭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형사부는 20일 육군 모부대 소속 소위 김승곤 피고인(26)에 대한 폭행·항명사건 상고심 공판에서 이같이 판시, 김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육군고등군법회의로 되돌려 보냈다.
아 사건은 『교사가 교육과정에서 제자를 한 두 차례 때리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와 유사한 것으로 군대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김피고인은 모부대 소대장으로 근무할 때인 76년 9월 8일 밤 자기소대 이종원 병장이 술에 취해 신병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는 것을 적발, 이를 막기 위해 이병장의 둔부와 앞가슴을 각각 1회씩 때린 혐의로 기소되어 76년 12월 14일 1심에서 징역 6월, 77년 7월 20일 2심에서 선고유예를 선고받고 상고했었다.
문제의 이병장은 김피고인에게 맞은 지 2개월 뒤인 11윌 4일 새벽 부대를 탈영, 서울 「센트럴·호텔」에서 4시간동안 인질난동을 벌인 후 자폭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병사들의 휴식·안면은 전력축적을 위해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데도 이병장이 이 시간에 신병을 괴롭힌 것은 마땅히 제지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김피고인이 질서를 생명으로 삼는 군대 내에서 이병장의 행패를 막기 위해 때린 것은 크게 나무랄 것이 못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김피고인이 이병장을 때린 것은 범죄 구성요건에는 해당되나 건전한 경험·양식·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