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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 초유 넣은 분유회사들 '발끈'한 이유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 태어난 지 30분도 채 안 된 송아지가 어미의 초유를 먹고 있다. 출산 직후 잠시 나오는 초유는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를 막는 면역성분 덩어리다. [김수정 기자]

"사람 초유가 아니면 아기에게 효과 없다" vs "젖소 초유를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기능성분을 추출해 넣는 것"

최근 불거진 '젖소 초유' 분유의 안전성·유효성 논란에 대해 해당 분유를 생산하는 업계와 그렇지 않은 업계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논란은 15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이하, 녹소연)와 이언주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개최한 '초유성분, 분유에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시작했다.

이날 녹소연은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의 초유가 영유아에게 안전한지 증명되지 않았다"며 "우리나라는 초유가 마치 영유아에게 유익한 성분으로 알려져 고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의 초유를 분유에 넣어 생산하는 분유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 분유업계 중 분유에 소의 초유를 넣은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남양유업·일동후디스·파스퇴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젖소 초유를 가공 없이 통째로 분유에 넣는 게 아니라 IgG나 SIgA 등 기능성분을 뽑아 사람 초유에 가깝게 구성하는 것"이라며 "이런 성분이 완제품에서도 유효하도록 유지하는 기술력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이고 독보적"이라고 자부했다.

반면 젖소의 초유를 분유에 넣지 않는 매일유업·아이배냇 등 업계는 "젖소 초유가 든 분유를 아기가 먹었을 때 건강에 좋은지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중국에서도 젖소 초유를 분유에 넣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토론회를 두고 '젖소 초유를 쓰지 않는 분유업체가 배후로 의심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유는 토론회 강사 및 패널들이 젖소 초유의 기능성 및 안전성에 딴지를 걸고 있는 '안티'들이라는 것. 소의 초유를 깊이 연구한 베테랑들이 따로 있는데 이들은 아무도 초대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다음은 젖소 초유를 생산하는 분유업계와 그렇지 않은 업계 간 이견 주요 내용이다.


■ 젖소 초유를 쓰지 않는 분유업계

매일유업 "소 초유 기능, 완제품서 떨어져"

"초유를 넣은 분유를 생산했다가 최근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엔 조제분유의 면역 증강 신소재로서 초유를 사용했지만 (미생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살균 과정에서 초유성분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첨가량에 비해 완제품에서 유효성이 낮아졌다. 이후 초유에 관해 여러 연구 결과를 살펴보니 초유를 분유에 사용할 필요성이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자사 조제분유에 초유를 넣지 않고 있다. 참고로 2012년 9월 중국에서는 법적으로 소 초유를 함유한 영유아조제식의 판매를 금지했으며 해외 선진국 또한 소 초유를 영유아용 분유에 사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한다."

아이배냇 "소 초유 생산국도 분유에 넣지 않아"

"전 세계 초유 물량 대부분은 뉴질랜드 및 호주에서 짜낸 것들이다. 거기(뉴질랜드·호주)에서도 초유는 건강식품용으로 쓰지, 분유에는 절대 넣지 않는다. 세계에서 초유를 분유에 넣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초유 분유가 몸에 좋은지 검증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사실 문제가 더 있다. 첫째, 중국에서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둘째, 동물 초유와 사람 초유는 다르다. 사람은 탯줄을 통해 아기가 엄마의 영양을 받아먹는데 초식동물은 다르다. 태반에 초유가 많이 들어 있는데, 송아지 같은 초식동물은 초유를 먹지 못하면 죽는다. 반드시 사람이 태반을 잘라 먹여줘야 살지 않는가. 사람과 젖소의 초유는 성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뿐만 아니라 젖소 초유가 건강식품으로는 괜찮지만 아기에게도 좋은 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젖소 초유에 성장인자가 많아 아이가 먹으면 자칫 성조숙증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초유를 분유에 안 넣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젖소 초유를 분유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초유를 만드는 나라(뉴질랜드·호주)에서조차 초유를 분유에 쓸 수 없게 하고 있다. 일본은 특수분유에 한해 처방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젖소 초유를 분유에 넣고 있다. 젖소 초유나 산양 초유나 마찬가지다. 아이배냇은 앞으로도 젖소든 산양이든 초유를 분유에 넣지 않을 계획이다. 타사는 젖소 초유가 아기 건강에 좋다는 것을 합리화시키려 한다. (모유 초유에서 부족한) 함량을 채우기 위해서라는데 말도 안 된다. 뉴질랜드·호주 등 초유를 파는 나라에서도 6개월 미만 분유에는 초유를 넣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이번 행사는 아이배냇에서 기획한 것 아니다. 모 매체 기자가 중국에서 법으로 분유에 젖소 초유를 넣지 못하게 하는 것을 취재하면서 불거져 국회에서 다룬 것이다. 당사와 관계 없다."

■ 젖소 초유를 쓰는 분유업계

A사 "사람 모유에 가깝기 위해 추출해 쓴다"

"젖소와 사람의 초유를 비교하면 '성분'이 다른 게 아니라 '성분별 함량'이 다른 것이다. 분유의 지향점은 사람의 모유와 성분 함량을 최대한 같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 초유를 분유 제조에 사용할 수 없으니 젖소 초유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분유에 젖소 초유를 그대로 넣는 것이 아니다. 젖소 초유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 등을 뽑아 사람 모유의 성분별 함량에 거의 가깝도록 분유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젖소 초유의 공급량이 적다. 게다가 분유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 완제품에서 젖소 초유의 기능성이 유지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우리 업체는 기능성을 끝까지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특허까지 받았다. 젖소 초유 분유를 우리나라에서만 만든다는 것은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초유는 우유와 성분이 동일하다. 성숙유보다 면역단백질이 많은 기능성 우유로 안전한 식품이다. 수천 년 전부터 초유는 그 자체로도 기능적으로 우수함이 인정돼 섭취된 식품이다. 가공식품에 적용한 것은 기능성분의 분리·정제 기술 및 면역단백질의 취약한 열안정성 등을 이유로 최근에서야 이뤄졌다. 조제분유는 사람의 모유와 최대한 비슷한 것을 지향한다. 사람의 모유만큼 아기에게 좋은 건 없기 때문이다. 초유를 이용한 원료의 적용은 분유를 모유에 더욱 가깝게 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므로 공급량 제한에 따른 생산성·경제성을 극복하면 전 세계적으로 분유에 적용될 전망이다."

"조제분유의 모유화를 위해 초유의 유효성분을 분리·농축해 분유에 사용하는 시점에서 이번 '초유성분 분유에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초유 기능성분을 넣은 분유의 근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소지가 많다."

B사 "소화 후 남는 단백질, 타 식품보다 많아"

"중국에서 젖소 초유를 금기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 이유가 안전하지 못해서는 아니다. 중국은 워낙 식품안전사고 발생이 잦아 생소한 물질에 대해서는 사용을 전면 금지고 있다. 심지어 젖소 초유 분유를 먹고 부작용이 난 피해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품안전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젖소 초유에서 유효성분을 뽑아내 분유 완제품에서도 그 성분들이 기능을 유지하는 기술력도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만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질타는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독려하고 권장해야 하는 기술이다."

"젖소 초유를 먹으면 성조숙증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젖소 초유를 그대로 먹는다면 가능할 것 같다. 젖소 초유에 성장인자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유에는 젖소 초유를 통째로 넣는 것이 아니다. 면역력을 높이거나 조절하는 성분들(IgG나 SIgA 등)을 추출해 넣기 때문이다. 오히려 섭취 후 소화되고 남는 단백질(IgG)의 양(20%)이 일반 식품을 섭취했을 때(4~7%)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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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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