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의 교육은 오염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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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는 촌에서 마로(뭣하러) 사노?/도시에 가서 살지/라디오에서 노래하는 것 들으면 참 슬프다/그런 사람들은 도시에 가서 돈도 많이 벌일게다/우리는 이런데 마로 사노?』-국민학교 2학년의 이 글짓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는 벽지국민교 교장 이오덕씨(53·경북 안동군 임동면 길산국민교)는 지난 35년간의 교사생활에서 수없이 가슴을 울린 이런 충격들을 모아 올 봄 서울에서 책을 펴냈다. 『일하는 아이들』이라는 제목 밑에 그는 지난 50년대 60년대,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농촌어린이들이 보고 느끼고 그대로 써낸 이야기들을 『도시의 어린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책으로 만들었다.
버스길에서 30리속 낙동강상 상류, 전교생 1백60여명이 7명 선생님과 함께 배우는 산골국민학교의 이 교장선생님은 이 봄 첫나들이를 그래서 서울로 했다.
『책 손질도 남았고 아이들한테 이제 흙을 굽는 공작공부를 시킬까해서 그 자료를 구하러 왔지요.』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라는 책을 작년 봄에 냈던 이오덕 교장의 나들이는 언제나 어린이·교육으로 이어진다. 꽃샘바람이 세차게 부는 일요일 하루동안 그는 서울의 책가게를 돌며 일하는 어린이들에게 흙을 구워내는 꿈을 안겨줄 공작책들을 찾았고 흙가마 설치하는 법을 서울의 화가 오윤씨에게 의논했으며 창작과 비평사에서 아동문학좌담회를 준비했다. 시골길로 치면 몇십리를 걸었다.
『서울이 이제 오염이 대단해요. 길에서 배기가스 냄새가나서 숨막혀요. 다방에도 오래 못 앉아 있겠어요.』점심때 중국음식점에서 짬뽕을 들었는데 석유냄새가 나서 울컥했다고 그는 말한다.
『맛과 냄새뿐만 아니라 이것이 정신적인 면에서 서울 오래 살면 오염될 것 같다 생각이 드는군요.』 서울이라면 이 교장의 산골어린이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곳.
『나는 서울을 갔으면 좋겠다. 서울가면 기술도 배우고 돈도 번다』고 어린이들이 시를 쓰는 곳, 이곳에 올라와 잠깐 거리에 선 35년교사 이오덕씨는 그러나 자꾸 이 어린이들의 순진한 바람이 가슴아프기만 했다.
『요금 자꾸 어린이들에게 어른을 강요하는 세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어요.』 그 세태가 이 나라의 중앙 서울에서 흘러내리는 것이기에 더욱 서울을 보는 그의 눈은 착잡하기만 하다.
시험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학교교육, 『요즘은 저 산골학교에서도 시험공부 경쟁이 비참할 정도로 심합니다-.』
더우기 그것은 TV라는 또 하나의 교사를 통해 어린 마음들을 물들이고 있다고 그는 걱정한다.
『교육이 어린이를 망쳐놔서야 되겠읍니까?』-시를 잃은 어린이들을 향해 그는 『다 잊고 시작하라. 어른을 흉내내지 마라. 농촌을 지켜라』고 외치지만 외롭기만 할뿐이라고 아쉬워한다.
『그래도 모처럼 서울에 오니까 진실의 편을 위해 일하는 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용기를 얻게돼요. 봄이라서 그런지 희망이 생기는 것 같군요.』 모처럼의 서울나들이를 그는 흐뭇해한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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