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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오늘의 교육풍토를 총 점검한다|『학원인구』10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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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기대학 시험이 시작되는 것과 함께 각 학원은 동면에 들어간다. 그리고 후기 대학 합격자발표와 때를 맞추어 짧은 동면을 깨고 방학 없는 새 학기를 준비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바로 학원 가의 입시「시즌」. 3월초에 있을 개강을 앞두고「입학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학원에 들어가는 시험도 만만치 않다. 재수생들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철저한 입학시험이 불가피하다는 학원 측의 설명이다.

<구내식당서 조반>
이렇게 해서 형성된「학원학생」들은 대체로 세 가지 계층으로 구별된다. 전기 대학에는 떨어졌어도 성적은 우수한 학생들과 예비고사에 겨우 합격할 정도의 수준 및 예비고사에도 떨어지는 학생들-.
이에 따라「서울대 반」이니「연·고대 반」「이대 반」의에 예시반 등 성적에 따라 반을 편성한다. 그밖에 학원에 따라서는 과목별 지도를 맡는「단과 반」을 두고 있다.
정원을 3천8백 명으로 잡고 있는 D학원은 지난 17일과 23일 두 차례로 나누어 입학시험을 치렀다. 지원자는 모두 1만2천6백여 명.
학원에 들어가는 데만 3·3대1의 경쟁이다. 이 학원은 15개 학급 1천50명으로「서울대」 반을 편성한다. 따라서 서울대 반 경쟁은 12대l. 어쩌다 등록을 포기하거나 제적생이 생겨 「결원」이 있으면 편입시험을 치르는데 지난해 9월에는「이대 반」에서 2명의「결원」을 놓고 60명이 몰려 30대1의 경쟁을 한 적도 있었다.
대체로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면 종로와 광화문 등 소위 중심지「학원 가」는 새벽 5시부터 붐 빈다.「단과 반」의 새벽 강의를 들으려는 재수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어느 학원. 5층「빌딩」에 강의실과 교무실·휴게실·양호실 구내식당 등 웬만한 고등학교와 맞먹는 시설과 교구를 갖추고 있다.
『영어 반. 담임 S선생. 철저 수업의 1인자』란 푯말이 교실 입구와 교단 옆벽에 선거벽보처럼 붙어 있다. 수업시간 5분전. 70명 남짓한 수강생이 자리를 빽빽하게 메운다.
자습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 고개를 책상에 묻고 모자라는 잠을 채우는 학생, 열심히 영어단어를 외고 있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군데군데 여학생들이 창백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의실입구 복도에 관리부 직원 3∼4명이 학생들의 수강증을 확인하며 교실에 들여보내고 있다.
새벽 5시40분. 강의가 시작되는「벨」이 울리자 강사가 교단에 들어서면서 강의실 문이 잠겼다. 단 l분도 지각하면 들어가지 못한다. 자리가 없어서도 그렇지만 학원 가에서 지켜지는「불문율」이다.

<「명문」은 바늘구멍>
카랑카랑한 강사의 강의소리는 부산한 강의실 분위기를 숨소리 하나 없이 가라앉힌다. 상오 7시10분. 90분 짜리 수업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앞다투어 휴게실을 겸한 구내식당으로 몰린다.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다. 새벽 반 학생들은 대부분 아침·점심을 도시락 2개로 때운다.
-예비고사를 며칠 앞둔 지난해 11월 종로A학원의 풍경이다.
김광식 군(19·가명). 올해 대구 K고교를 졸업 Y대에 응시했으나 낙방한 후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학원에 등록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 군은 영어와 수학만을 수강할 예정이다. 종합 반은 수강료도 월 1만5천여 원으로 비싼 편. 숙소도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학원근처 독서실로 정했다.『종합 반에 들어가지 않아 약간 불안하지만 우선 모자라는 과목부터 보충해야겠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의 명문(?)으로 알려진 몇 개의 학원이 모두 종로나 광화문에 몰려 있다. 이들 학원이 내세우는 간판은 일류대학 합격률-. 올해만 해도 몇 백 명씩 합격시켰다고 자랑이다.
따라서 이들은 저마다「일류대학」합격 율을 과시하는데 열을 올린다.
77학년도 전기대학 발표가 끝난 지난해 1월 말. 장 충 체육관과 문화체육관은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석한「매머드·파티」가 벌어졌었다. 모 학원이 자기학원 출신의 대학 합격 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학원 선전행사를 벌인 것이다.

<생활 지도 실 갖춰>
연예계를 주름잡는 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일부 학생들은 몰래 갖고 들어온 소주를 마시며「고고」를 추는 등 완전한 축제「무드」. 그러나 이것마저 올해에는 당국의 강력한 단속 때문에 하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고『고교 평준화 이후 대학입시에 관한 한 인문계학원들이「신 일류」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것이 학원 관계자들의 자랑.
주간 종합 반은 정규학교와 똑같이 하루 7시간, 토요일은 4시간씩 1주일에 40여 시간을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들의 성적은 매달 한번씩 월말고사나 과목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중간 시험에 의해 각 가정에「가정 통신문」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S학원 강사 K씨는『부모들이 성적표를 들고 찾아와 상담하는 예도 늘었다』면서 그러나 자칫 탈선하기 쉬운 이들 재수생들의 건전한 생활지도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J학원은「생활 지도실」까지 마련해 7∼8명의 선생들이 생활지도를 맡고 있다. 제복이 없는 이들에게 평상복이나마 단정하게 입을 것을 권하고 장발이나 저속한 말을 단속하는 것은 물론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는 무조건「제적」하는 등 강경 방침을 쓰는 학원도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
그러나 해마다 40∼50명씩 쏟아지는 제적생들도『부모들의 각서를 받고 다시 입학시키는』까닭에 학원 안에서의 재수생들에 대한「생활지도」란 말 뿐으로 그치는 것이나 아닌지. 『재수생이라고 해서「그늘」에만 놓아둘 수는 없다. 사회 전체가 밝은 면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학원관계자들의 말이지만 단순한 지식 전달에만 흐를 염려가 있는 학원에서 이들에 대한「지도가 만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고 있다.
평준화이후 각 고등학교에서 문제아 지도에 골치를 앓고 있는 형편에 학원에서의「생활지도」가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문계 재수학원은 서울시내에 만도 53개나 된다. 수강생 정원은 5만5천 여명.
단과 반이 정원을 지키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대체로 매월 서울에서 만도 10만 명 정도의「학원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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