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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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8년의 한국음악계는 양적·질적으로 그 어느 해보다도 풍요롭고 다채로운 한해가 될 것 같다.
해방이후 본격적인 대학과정의 음악교육이 실시된 지 30여년의 연륜을 쌓아 장년기에 이른 한국음악계는 오는 4월초 개관되는 서울 문화회관 개관기념 「매머드」예술제·대한민국작곡상의 정착 등으로 보다 큰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한해가 될 것 같다는 것이 중견작곡가 이성재 교수(53·서울대)의 전망이다. 연건평 1만6천여평·대강당 수용능력이 4천2백석을 넘는 세계적인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4월초 개관하는 서울문화회관 개관기념 예술제는 78년 음악계의 가장 큰「이슈」. 이번 예술제를 위해 외국예술가만도 세계 16개국 8백50여명이 초청되었고 장장 3개월에 걸쳐 국내의 예술인 1만여명이 출연하여 총 1백50여회의 공연을 갖는다.
『세계적인 규모와 시설의 연주회장건립이나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내한연주는 반드시 그것이 제대로 운영되고, 우리 음악계와 청중이 올바른 수용태세를 갖췄을 때만 우리 음악계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교수는 강조한다.
77년 문공부에 의해 처음 제정, 실시된 대한민국 작곡상 등으로 어느 정도 일반의 관심을 모은 작곡계는 올해에는 좀더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특히 10여년 전부터 서서히 시작되어 최근 2, 3년 사이에 한국창작음악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새로운 흐름인 양악과 국악과의 접근경향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더욱 심화되리라는 전망.
『언젠가는 악기뿐 아니라 창작음악 작품을 작품분위기나 작곡방법에 따라 굳이 국악·양악으로 구분하지 않을 때가 올 것입니다. 단지 문제되는 것은 세계의 음악 속에서 어떻게 한국정신을 지닌 작품이냐가 되겠지요.』
한편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서울과 지방도시의 음악교류는 올해에 더욱 빈번해질 것 같다. 국향 등 국립극장산하 7개 공연단체의 지방순회공연은, 올해 더욱 본격화할 전망.
그밖에 부산시학·대구시회 등 지방교향악단도 지난해에 이어 서울 원정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드러진 서울과 지방과의 음악수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이 교수는 각 지방도시에 자그마한 연주회장과 함께 실내악 연주위주의 소규모「앙상블」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올해에도 또 귀국발표회·개인 또는 「그룹」연주회·작곡발표회 등 각종 음악회가 「러시」를 이룰 것 같다. 그러나 특히 올해에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연주가들의 음악회가 연잇게 되므로 우리음악계의 고질적인 고민의 하나인 「관객동원」의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 같다고 이 교수는 전망한다.
『좀더 훌륭한 음악, 좀더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연주로 일반의 관심을 음악회장으로 모이게 해야한다』고 이 교수는 말을 맺는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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