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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동요박물관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1 임진우 학생기자가 동요박물관 벽면에 그려진 악보를 보며 동요를 불러보고 있다. 2 풍금으로 동요 ‘과수원 길’을 연주하고 있는 임진우 기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공연에서 동요 ‘섬집 아기’를 곧잘 연주합니다. 그는 처음 이 곡을 듣던 순간, “바쁜 일정 때문에 집은커녕 미국에서의 생활조차 떠오르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할머니가 생각났다”고 했습니다. 동요는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노래는 아닙니다. 우리 정서를 담은 노랫말과 음률로 나이와 상관없이 공감하게 되지요. 동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사라진 요즘, 동요를 듣고 동요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겼습니다. 경기도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동요박물관입니다.

동요는 친숙한 노래로 누구나 쉽게 흥얼거린다. 하지만 그 역사를 아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동요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경기도 이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동요박물관으로 가면 된다. 경기도 이천시는 (사)한국동요문화협회와 동요를 아끼는 사람들의 기증으로 자료를 모아, 지난달 21일 서희청소년문화센터 1층에 동요박물관을 열었다. 동요박물관은 우리나라 동요를 일본어로 번역한 『조선동요선』(1937), 동요 산토끼가 실린 조선동요작곡집(1938) 등 옛 동요악보집과 시대별 음악 교과서, 친필 악보 등 500여 점 이상을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3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연대별로 정리돼있어 자료를 통해 동요가 어떻게 발달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요는 1924년 윤극영(1903~88) 선생이 작곡한 ‘반달’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어린이는 마땅히 부를 노래가 없어 일본 노래를 불렀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과 윤 선생 등은 어린이 문화단체 ‘색동회’를 조직해 어린이날을 만들고 동요를 창작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동요는 민족 정서를 담은 경우가 많았다. 박물관에선 1926년 방 선생이 펴낸 어린이 월간 잡지 ‘어린이(1923~49)’를 볼 수 있다. ‘어린이’는 최초로 동요를 잡지에 게재했다. 이원수(1911~81)의 ‘고향의 봄’, 최순애(1914~98)의 ‘오빠생각’ 등을 실으며 일제강점기 한국 아동문학의 길잡이 역할을 했다. 동요는 1950년 한국전쟁 중에도 불렸다. 1·4 후퇴 때에는 ‘해군 어린이 음악대’가 부산에 모여든 피난민들에게 위문 공연을 가 동요를 불렀다. 동요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마음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줬다.

동요가 위로가 될 수 있었던 건 공감할 수 있는 가사 덕분이다. ‘이야기가 있는 동요’ 코너에서는 가사와 함께 동요를 만든 작곡ㆍ작사가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반달’은 윤 선생이 시집을 가 고생하던 큰 누나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지은 노래다. 반달을 하얀 쪽배로, 밤하늘을 넓은 바다로 생각한 윤선생은 “마치 죽은 누나가 쪽배를 타고 넓은 바다를 떠다니는 것 같다”며 슬픔을 표현했다. 임진우(서울 동북초 5)군은 “동요에 숨은 이야기를 들으니 악보를 따라 한번 더 불러보게 된다”며 “동요마다 역사와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반달’ 외에도 ‘어머님 은혜’, ‘섬집 아기’, ‘졸업식 노래’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요가 만들어진 배경을 알 수 있다.

자그마한 박물관이지만 동요를 듣고 풍금으로 연주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임 군도 풍금에 앉아 ‘과수원 길’을 연주했다. 임 군은 “평소에 동요를 들을 기회가 없는데, 동요박물관에 와서 이렇게 많은 동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요를 듣고 나니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요즘은 대부분 가요를 들어 동요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은데, 우리들을 위한 동요가 있다는 것을 친구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혜 동요문화팀 팀장은 “동요는 아이들에게 감수성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음악”이라며 “최근 대중가요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동요박물관을 통해 동요가 재조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동요박물관 관람정보

주소 경기도 이천시 영창로 260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 1층
관람료 무료
문의 031-637-6591
※자세한 관람 일정은 전화 문의

취재=임진우(서울 동북초 5) 학생기자, 정리=박인혜 기자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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