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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집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스라엘」과 「이집트」두 나라 사이의 정상급 직접 협상 가능성이 짙어짐으로써 중동평화협상 개최를 위한 한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다. 「사다트」대통령이 「텔아비브」를 방문하여「이스라엘」의 「크네세트」(의회)에서 연설을 한 번 한다고 해서 금방 평화가 무르익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양국의 대립사상 처음으로 정상급 직접접촉의 계기가 마련되고, 「이집트」대통령이「텔아비브」의 광범위한 정계인사들과 더불어 허심탄회한 토론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그것만으로도 우선 커다란 의의를 갖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베긴」수상은 며칠 전「이집트」국민들에게 보내는 방송연설을 통해 같은「아브라함」조상의 자손으로서의 형제적 우의와 평화공존을 호소한 바 있다.
「이집트」의 「사다트」대통령 역시 그에 대한 답변으로서『1주 이내의 방문』과 『허심탄회한 담판』을 기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분히 감상적이고 비논리적·초현실적인 것이란 평을 들을 수도 없진 않을 것이다.
특히 「리비아」「이라크」「알제리」「팔레스타인·게릴라」좌파 등 이른바「거부전선」측에서는 이를 두고 「사다트」의 배신, 또는 「이스라엘」의 「아랍」분열책동 등의 비난을 가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나 외교라는 것 역시 인간이 하는 일일진대 그것을 포함한 모든 인간사에는 반드시 논리이전의 정서적 호의가 전제돼 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더우기나 중동분쟁이라는 것 자체가 논리적 쟁점만 가지고 발단된 문제만은 아닌데다 두 민족사이의 뿌리깊은 감정적 대결이 잠재해 있는 것인 만큼, 이번의 정상급 호의교환은 고차원의 원론적 접근방식이라고 평가할 만도 할 것이다.,
이게 모처럼 앙양된 긍정적 분위기를 실질문제 토의에서의 논리적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양측이 다 몇 가지 기본적인 선의와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이번의 정상회담과 직접 접촉을 그 어떤 정치적 술수로 간주하여 추구해선 안되겠다는 점이다. 「이집트」와 다른 「아랍」국가 사이의 이간을 도모하려 한다든지 또는「아랍」세계에서의 「이집트」의 주도권 강화를 도모하려 한다든지 하는 오해를 사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평화를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데 유인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양측이 다 분쟁의 「이슈」자체는 계속되는 한이 있더라도 무력사용만은 하지 않기로 하겠다는 원칙선언이라도 해야겠다는 점이다.
원래 무력의 사용이란 분쟁 「이슈」의 해결수단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번의 무력사용은 열 번 스무 번의 보복의 악순환과 감정대립만을 심화시켜온 것이 그간의 사정이었다.
무력사용의 자제, 또는 금지가 일단 상호 양해된 연후라야 그 토대 위에서 신뢰에 바탕한 협상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끝으로 「이집트」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PLO의 헌장과 행동규범이 지양되도록 움직이고, 그 대신 「이스라엘」은 적당한 형식에서의 PLO의 협상관여를 수락하는 선에서 양측의 타협이 모색될 수는 없는 것인지, 앞으로의 사태의 추이를 주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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