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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총 점검…한국과 외국의 경우|「시험」과「금력」의 2중고 홍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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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홍콩」을 자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이곳 어린이들치고는 얼굴이 너무 희고 안경을 낀 어린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홍콩」어린이들이 중·고동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진학의 좁은 문을 뚫기 위해 끝없는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인구4백70만 명의「홍콩」의 진학경쟁은 우리나라나 일본에 버금갈 정도로 치열하다. 「홍콩」의 진학경쟁은 의무교육인 6년제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시작되며 우리나라의 중·고교에 해당되는 5년제 중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끝없이 계속된다.
『한눈 팔고 논다는 것』은 곧 입시에서의 낙방을 뜻하는 것이며 평생을 좌절감 속에서 보내야 하는「패배」의 길로 통한다.
「홍콩」의 중류급무역상 정인덕 씨(45·중국계)의 장남 중1년 생의 일과를 보자.『학교에서 돌아온 하오2시부터 밤8시까지 저녁밥을 먹는 1시간을 뺀 5시간을 책상 앞에 매달려 책과 씨름해야 한다. 아침에는 새벽6시에 일어나 대학생인 가정교사로부터 영어·수학을 배우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가정교사에게서 특별과외지도를 받는다. 틈내어 밖에 나가 운동을 한다든지 친구와 어울려 논다는 것은 곧 낙제를 뜻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시험준비는 꼭 입학시험에만 대비키 위한 것이 아니다.
학기말시험이 더 급하다. 이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전과목 평균점수가 60점 이하일 경우 예외 없이 낙제생으로 굴러 떨어지기 때문이다.
「홍콩」어린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정 청이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중학교는 이 연합고사의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고 대학은 중졸 생이 치른 시험에 합격한자들이 진학할 예비 교(1∼2년 과정)졸업생을 대상으로 입학시험을 다시 치러 신입생을 선발한다.
따라서「홍콩」의 10대들에게는 이 연합고사가 인생의 진로를 판가름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며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시험은 매년 5, 6월에 실시되며「바캉스」철인 8월에 성적표를 발표한다.
발표를 기다리는 2개월 동안 수험생들은 긴장과 중압감에 짓눌려 지내며 낙방 생들은 걷잡을 수 없는 좌절감 때문에 자살하는 사례도 있다.
최근「홍콩」의「매스컴」은 올해 연합고사에 떨어진 중졸생「찬·치·키」군(19)이 중심가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그의 주머니 속에서『부모님, 용서하십시오』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학생이 자살한지 이틀 후에는 18세의 여학생이 낙방을 비관, 살충제 1병을 마시고 자살했다. 「인생의 고민」을 전화 상담하는 「홍콩」의「사마리탄」상담소 측은『가족과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다. 인생이 파멸될까 두렵다』는 내용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명의 수험생들에게서 걸려 오고 있다고 전한다.
대입자격연합고사의 시험과목은 총34개로 중학교에서 이수한 전교과목에서 출제된다.
올해 응시자는 총 8만6천5백20명. 이중 62%인 5만4천명이 합격, 대학입학자격을 얻었다.
낙방 생은 기술학교나 사범학교에 들어가도록「홍콩」문교 성이 진학지도를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당국이 대학정원을 늘려 주길 원하고 있다.
「홍콩」의 공립종합대학은 2개교뿐이며 이곳 청소년들의 최대의 꿈은「홍콩」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중국혁명의 선도자 손문 선생이 공부했던 의학전문학교를 모체로 발전한「홍콩」대학은 동남아에서 손꼽히는 명문교.
강의는 영어로 하며 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영문계 중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지난해「홍콩」대학신입생은 3천5백49명. 이중 30%선인 1천1백30망이 원하는 학부에 들어갔을 뿐 나머지는 모두 치열한 경쟁 때문에 제2, 3지망으로 밀려났다.
「홍콩」대학의 원하는 학부에 진학키위해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여섯 차례의「시험지옥」을 치러야 한다.
『시험, 또 시험의 간단없는 고용에 비해「홍콩」의 교육이 정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한 실업가는 입시경쟁에 짓눌린 2명의 아들을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런던」에 유학시키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을 제외하고「홍콩」의 명문교육기관은 모두 사립학교「홍콩」대학에 진학하려면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이를 사립학교를 졸업해야 한다.
「홍콩」입시경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금력의 영향력이다.
초등학교입학 때부터 어린이들의 실력 외에 가정환경이 채점의 기준이 되고 있다.
구두시험에서『집에 가정교사가 있느냐』『가정부나 승용차운전사가 있느냐』는 질문이 의례 나오게 마련이고「가정교사·가정부·운전사」를 모두 두고 있다는 답변이 최다 점 해답으로 통하고 있다.
따라서「홍콩」에서는 어린이들은「시험지옥」, 학부모들은「호주머니 지옥」의 이중고를 치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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