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입예시의 본고사 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79학년도부터 대학입시의 본시험을 없애고 예비고사성적만으로 대학신입생을 선발케 하려는 논의가 구체화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고사 성적의 신빙도가 해마다 높아져가고 있는 실정에서 인력과 예산의 낭비를 막고, 수험관리의 번거로움을 한꺼번에 덜어보겠다는 이같은 발상은 그럴듯한 명분과 그럴듯한 방증자료의 뒷받침까지 갖추고 있어 몇몇 유수대학에서는 이미 자체내부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 예로 예시와 본고사의 상관도는 해마다 높아져 전국 99개 대학의 예시성적 반영 율은 74년의 22·9%에서 77년에는 40·8%, 그리고 내년에는 50%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 그 한가지 방증이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예비고사제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점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같은 편의주의적 편법에만 치우친 입시제도개혁론이 대학교육의 본래 목적달성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은 사인이 너무 중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현행 예비고시제도는 영국의 GCE,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그 합격이 자동적으로 대학입학으로 연결되는 자격고시, 즉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원에 대한국가자격시험이 아니라, 기껏해야 O×식 답안으로 응시자중 일정비율을 추려내어 사회적 낭비를 덜하게 하자는 일종의 여과장치일 뿐이다. 이리하여 교과서에 쓰여진 지식의 이해력뿐만 아니라, 고도의 창의력·응용력·발표력을 함께 요구하는 대학입학자격검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예비고사제도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인 것이다.
이는 예비고사의 「커트라인」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시행 첫해인 69년에는 42·2점(백점만점 환산), 73년 50점, 75년 47∼52점, 76년 52∼58·2점, 77년 50·2∼57·7점등으로 점차 향상돼가고 있다고는 하나 통상적인 합격점이라 할 수 있는 60점에도 크게 못 미치고있을 뿐 아니라, 그 성적만으로는 전기한 고급능력에 대한 평가는 전혀 불가능한 것이다.
더우기 예시는 체능을 포함한 고교 전과목을 망라하기 때문에 전공· 필수·특수과목에 많은 비중을 두는 본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수험생도 체능에 소질이 없어 나쁜 성적을 내는 경우도 실제로 적지 않다.
예컨대 수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으로 체능성적이 나쁘고 수학성적이 좋을 경우 예시성적은 떨어지지만 본고사에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예시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정하려는 방침은 자칫 대학생으로서 요구되는 고급능력 말고서도 해당학과가 필요로 하는 자질과 적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 않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이다.
특히 중학 무시험진학제가 실시되고 고교입학마저 연합고사에 따른 추점 배정이란 손쉬운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입시까지 교육본래의 목적과 거리가 먼 편의위주의 평가방법이 채택된다면 대학교육의 질적인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지 않겠는가.
추첨배정이나 O×식으로 도식화되고 있는 객관식 위주의 교육은 그렇잖아도 사고력 및 추리력의 부족을 낳아 이른바 「고졸문맹자」를 양산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그나마 주관식 시험의 명맥을 이어온 대입본고사를 철폐하고 객관식 위주로 될 수밖에 없는 예시로 신입생 전형을 대신하겠다는 사고는 교육의 장래를 위해 경계해야만 할 발상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만일 당국이 이같은 예시전형방법을 사립대학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권장할 생각이라면 이것 또한 경계를 요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이 학생을 뽑는 것은 그 학교의 건학이념과 특성 등 무형의 유산을 밑바탕으로 거기에 알맞는 인재를 구하자는 것이며 그 대학의 본래적인 기능과 권한에 속하는 문제다.
교육제도 일반이 다 그렇거니와 특히 한나라의 동량지재를 기르기 위한 대학입시제도를 논의함에 있어서는 목전의 이익이나 편법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교육 본래의 목적달성에 적합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제일의 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며 더군다나 대학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만이 참다운 제도개선의 방향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