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서로 기술 침해” 미 배심원, 삼성 특허 첫 인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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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호 01면

삼성과 애플이 서로 특허를 침해했다는 미국 배심원들의 평결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연방지법 샌호제이지원에서 열린 삼성·애플 간 2차 특허소송에서 1심 배심원단이 ‘쌍방 일부 승소’ 평결을 내렸다. 애플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던 1차 특허소송 평결과는 다른 결과다.

2차 소송, 쌍방에 일부 승소 … 5일 최종 판결

이날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에 1억1962만 달러(약 1232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애플이 당초 청구했던 금액의 18분의 1 수준이다. 배심원단은 애플의 특허 중 ‘슬라이드 잠금 해제’와 ‘데이터 태핑 기술’에 대해서는 일부 또는 전부 침해 판단을, ‘통합검색’과 ‘데이터 동기화’에 대해서는 비침해 판단을 내렸다. 또 ‘자동 정렬’에 대해서는 이미 재판부가 침해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평의(評議)가 진행됐기 때문에 배심원단은 손해배상액만 산정했다.

배심원단은 애플에도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약 1억6300만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삼성 측 청구금액의 39분의 1에 해당한다. 삼성의 ‘원격 영상 전송’ 특허에 대해서는 비침해 판단을 내렸으나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 특허에 대해 침해 판단을 내렸다. 배상 액수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삼성의 특허가 미국 법정에서 효력을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 “내용상 삼성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재판부는 평결 직후 애플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5일(현지시간) 평의를 재개한 뒤 최종 평결을 내리도록 했다. 애플 측은 특허 침해 판단을 받은 ‘자동 정렬’ 기능과 관련해 갤럭시S2 기종의 배상액이 ‘0’으로 적혀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갤럭시S2는 미국 내 주력 제품이 아니어서 재산정해도 최종 배상액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삼성이 반격에 성공한 데엔 2가지가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1차 소송처럼 ‘표준특허’를 내세우지 않고 ‘상용특허’를 앞세워 방어했다는 점이다. 표준특허는 ‘누구나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FRAND 원칙이 적용돼 애플 외에 삼성의 특허를 싼값에 쓰고 있는 회사가 있을 경우 애플에 거액의 배상을 물리는 데 한계가 있었다. 둘째, 구글이 ‘참전’했다는 점이다. 2차 소송에서 애플이 내세운 특허는 삼성 휴대전화에만 적용된 게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기본적으로 장착됐다는 점에서 구글의 참여가 불가피했다. 실제 삼성과 애플 양측이 모두 구글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 대 애플의 구도가 되면서 미국 배심원단 사이에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다툴 때보다 합리적 판단을 내릴 분위기가 조성된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애플의 1차 특허소송은 삼성이 애플에 9억2900만 달러(약 9900억원)를 배상토록 명하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나온 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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