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벨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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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 마음속의 어린이는 기쁘지만, 내 마음속의 어른은 회의적이다.』
76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지명 받은 「솔·벨로」는 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회의적』이라는 말은 어쩌면 공연한 짐으로 느껴진다는 뜻일 것이다. 사실 작가에게 상이란 영감이나 기쁨으로 느껴지기보다는 부담스러운 쪽이 더 클 것 같다. 「솔·벨로」는 해마다 이 무렵이면 「스톡홀름」발 「뉴스·캐스트」에 오르내린 이름이다. 또 미국의 작가 중에서 선정한다면 당연히 지명 받을 만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불과 30여년 가까운 작가 생활을 통해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고 있었다. 1944년 『공중에 떠있는 사람』을 발표하면서 이미 비평가들의 관심을 모았었다.
2차 대전 중에 쓰여진 이 작품은 입대를 앞둔 어느 청년의 의식을 묘사하고 있다. 막상 직장마저 포기하고 입대를 기다려도 통지서가 오지 않는다. 시민 생활로부터 단절된, 그렇다고 병영 생활도 아닌, 마치 공중에 떠있는 상태와 같은 질식과 허탈 속에 있는 한 청년의 고뇌야말로 그 시대의 인간상을 생생하게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벨로」는 가난한 이민의 아들로, 유대계 2세 시민이다. 그의 아버지는 소련의 「페트로그라드」에서 야채를 파는 영세 상인이었다.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캐나다」로 이주했다. 「벨로」는 1915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1924년 미국은 한창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벨로」가는 이 호황에 기대를 걸고 다시금 미국으로 옮겨왔다. 「시카고」는 그 첫발을 디딘 곳이며 오늘날까지 「벨로」가 떠나지 못하는 곳이 되었다.
「벨로」의 문학 세계는 좀 특이한 것 같다. 그 내용이나 구성에 있어서 별로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의 소설은 언제나 「베스트셀러」였으며 문제작으로 평가되었다. 비판가들도 그의 소설에 독자들이 많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유대인의 차가운 감성과 성서에 바탕을 둔 윤리관과 교양주의·도덕주의의 짙은 색채는 어디하나 독자들의 흥미를 자아낼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는 인기 있는 작가인 것이다.
「세일즈맨」, 「택시」 운전사, 법정의 수인, 아이들, 야생 동물들…필경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런 군중들이 저마다 독자들에게 신비로운 공감을 주고 있는 것도 같다.
그는 「시카고」대, 「노드웨스턴」대, 「위스콘신」대 등을 전전하며 인류학을 전공한 지성파 작가이다. 그러나 「벨로」는 잠자는 지성을 스스로 경멸하고 있다. 아마 그의 문학 세계는 이런 데에 생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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