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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일수록 轉職 기회는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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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한 중견 제조업체에서 8년간 수출업무를 해온 박승철(37)차장. 최근 경기가 나빠져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해지자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외국계 회사로 옮겼다. 경력을 인정받고 연봉도 15%가 올랐다.

경기가 가라 앉으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하지만 박 차장 처럼 몸값도 올리며 새 둥지에 안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불황일수록 경력자를 뽑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사냥 업체인 코리아헤드 정철호 사장은 “예전엔 외국계기업들이 주로 인력를 소개해 달라는 주문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선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업체와 벤처기업에서 사람을 뽑아 달라는 의뢰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헤드헌팅 급성장=경기가 불투명하고 인력채용은 줄어들었는데 헤드헌팅 업체를 활용한 채용 주문은 늘고 있다. 헤드헌팅 업계에선 지난해 5백억원 규모인 헤드헌팅 시장이 올해는 1천억원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온라인 채용전문 업체 인크루트가 자사의 헤드헌팅 사이트에 오른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올 1월 채용공고 횟수는 5백10건으로 전월(3백23건)에 비해 57. 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채용 공고수 2백52. 8건의 두배가 넘었다. 다른 헤드헌팅 업체들도 올들어 기업체의 구인의뢰가 10~20%씩 늘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헤드헌팅 업체에 대한 구인 의뢰가 늘어난 것은 외국계 기업과 일부 대기업에 그쳤던 구인의뢰가 공기업과 중소.벤처기업들로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닥스HR 김세준 사장은 "예전에 임원급을 골라 달라는 주문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실무급인 대리ㆍ과장급으로 직급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어떤 직종이 헤드헌터 표적되나= 중국 전문가.영업.정보기술(IT)은 물론 최근 인기를 모으는 게임과 모바일 콘텐츠 관련 직종들은 사람이 모자라는 편이다.

특히 세일즈와 마케팅 인력의 경우 불황 때 더욱 인기가 높아진다. 기업들이 불황을 뚫기 위해 영업력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 많기 때문이다.

영업 쪽은 특히 소비재 분야에서 3~5년의 마케팅 경력을 쌓은 전문 인력들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 헤드헌터들의 지적이다. 인사나 기획부문 인력의 수요도 적지 않다.

김세준 사장은 "중소기업들은 불황 때 대기업에서 나오는 인력을 확보해 사업구조를 뜯어 고치는 경향이 있어 쓸만한 기획인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국내 소비가 둔화하면서 중국에 공장이 있는 업체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중국 마케팅 전문가들을 찾는다. 한 헤드헌팅 관계자는 "중국 거래선까지 같이 확보할 수 있는 영업 전문가의 연봉은 1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설명했다.

게임과 모바일 콘텐츠 개발 인력은 오라는 곳이 많아 몸값이 크게 오른 케이스. 외국계 회사 전문 헤드헌팅 업체인 에버브레인 컨설팅의 안경옥 사장은 "게임인력은 5~6개 헤드헌팅이 일제히 찾아나서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황 속에서도 일부 직종의 인력 스카우트 전쟁이 일면서 이름난 헤드헌터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선호하는 인력 스타일=기업이 선호하는 인재 유형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자기 업무에 대해 최소 2시간 이상 강의할 수 있는 등 확실한 전문성을 꼽는다. 오랫동안 자기 업무에서 쌓은 노하우가 있고 실제로 회사에 이바지한 업적이 뚜렷하면 '추천 0순위'가 된다.

기존 멤버들과 새로운 팀워크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이나 친화력에 큰 비중을 두기도 한다.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적임자 1순위로 추천된 어떤 사람은 전 직장의 평판도 조사에서 탈락됐다. 전 직장 동료가 이기적이고 타산적이란 평가를 했기 때문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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