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순화 역행…기획원의 「고정 처리위」|군 기관 배출 기능공 상당수가 취업 못해|일 기린 맥주 시장 점유율 낮추려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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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어 순화 문제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정부의 공문이나 발표문에 일반 국민들이 알기 어려운 일본 관용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 예로 경제기획원이 지난 7월 하순에 발표한 「불공정 거래 행위 지정」 고시 내용에는 불공정 거래 행위의 유형으로 「재판매 가격 유지」라는 생소한 용어가 들어 있어 머리를 갸웃하게 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서 직유입한 용어.
다시 보아도 아리송한 이 말의 뜻은 유통 단계별 가격을 미리 지정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취지.
당시에 일본 용어를 그대로 썼다고 비난을 들은 경제기획원이 이번 추석 물가 대책에서 「고정 처리 위원회」라는 일본식 관용어를 그대로 사용.
고정 처리보다는 불만 처리 등 우리 귀에 익은 좋은 용어가 얼마든지 있는데….
건설부는 7월말부터 군 기관 배출 통해 배출되기 시작한 건설 기능공 중 상당수가 제대로 취업치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 최근 건설 업계와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건설 협회에 발송.
건설부는 해외 건설 진출에 따른 기능 인력 자원 확보를 위해 관계 당국과 협의, 지난 5월부터 군 공병 계통 제대 장병을 대상으로 기능공 교육을 실시해 왔다.
교육 기간은 3개월로 제대 전 1개월, 제대 후 2개월. 매월 6백명 안팎씩 15개 직종에 걸쳐 연말까지 4천1백20명을 양성할 계획.
그 1차 수료생 6백여명이 7월말 배출, 대부분 노동청의 기능사보 시험에 합격해 자격까지 갖추고 있으나 아직 1백여명 정도가 미 취업 상태라는 것.
이는 현 싯점에서 국내 수요가 적고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등 이유로 건설 업체들이 소극적 자세를 보인 때문.
기업은 판매 「셰어」 (시장 점유율)를 높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다 쓰는게 보통이지만 오히려 「셰어」를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업도 있다. 일본 최대의 맥주「메이커」인 기린 맥주가 바로 화제의 기업. 금년 여름 들어 맥주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맥주업계가 전체적으로 판매 부진에 고전하고 있지만 유독 기린 맥주만은 계속 잘 팔려 「셰어」가 금년 상반기의 62·8%에서 최근엔 63·5%로 상승.
그렇잖아도 압도적인 판매 「셰어」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기린 맥주는 판매 「셰어」가 계속 높아지면 세론의 압력도 높아지고 또 독점 금지법도 문제가 되는지라 맥주출하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
기린 맥주는 판매 「셰어」를 과거 최고 수준인 62·6%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경영방침,
그러나 막상 맥주 출하를 계획적으로 줄이려해도 소비자나 대리점에서 계속 찾기 때문에 판매 「셰어」를 낮추기도 높이기만큼 힘들다고.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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