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납치된 유학생, 한 달 만에 숨진 채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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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유학 중이던 20대 한국인 여대생 A씨가 괴한들에게 납치된 지 한 달여 만인 8일(현지시간) 숨진 채 발견됐다.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이 살해된 것은 올 들어 네 번째다. 수도 마닐라에서 납치·피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A씨는 지난달 3일 저녁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택시를 탔다가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A씨의 친구에게 곧바로 전화해 몸값을 요구했고, 우리 경찰이 참여하는 필리핀 납치전담팀이 수사에 나섰다.

 처음 이틀 동안 경찰은 직접 A씨와 수차례 통화하며 안전을 확인했다. 하지만 5일 마닐라 북부에서 A씨가 탔던 택시와 납치범 중 하나로 보이는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직후 연락이 끊겼다. 닷새 뒤인 10일부터 몸값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가 다시 오기 시작했지만 납치범들은 A씨가 안전한지 확인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번 범죄가 한국인을 특정해 노린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검거된 납치범은 “처음에는 강도를 계획했는데 대상이 외국인인 것을 보고 인질로 삼으면 많은 몸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009년 이후 필리핀에서 사망한 우리 국민이 39명”이라며 “위험지역에 가거나 야간에 이동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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